728x90 반응형 Music Story/지휘자와 오케스트라58 참 어려운 일....지휘 지휘자는 지휘봉으로 기하학적으로 균형이 잡힌 3차원 공간을 그려 연주자들에게 정확한 신호를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호흡을 일치시키고 연주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는 결국에는 스스로 알아서 돌아간다. 그들이 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지휘자가 할 일은 서로 잘 들을 수 있도록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지휘자로서 음악적 의도를 잘 실현하려면 연주자들이 어떻게 함께 작업할지 틀을 마련한 다음 거기서 물러나야 한다. 자기 파트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가 무엇을 하는지 의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연주자들이 소리를 듣도록 하려면 더 정확한 몸짓이 아니라 덜 정확한 몸짓을 보여야 하니까. Conductors should draw geometrically.. 2023. 11. 11. 프랑스 오케스트라 vs 독일 오케스트라 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만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현의 마디마디는 독일 오케스트라보다 가볍게 들린다. 묵직한 저음의 강력한 바이올린군이 퍼져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카라얀 시대의 베를린 필과 같은 음을 프랑스 오케스트라는 낼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파리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방송 관현악단, 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리옹 오케스트라,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중 파리 오케스트라 이외에는 청중이 쉽게 만족할 만한 연주를 들려주지 않았다. 그 대신 원래 악기의 양식이 틀린 관악기 파트는 호평을 받는 때가 많다. 특히 오보에, 클라리넷의 음색은 프랑스계와 독일계가 상당히 다르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는 '생각 외로 서툴다'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러한 각각의 차이를.. 2023. 11. 3. 푸르네(Jean Fournet, 1913~2008) 프랑스의 풍요로운 향기와 유려한 아름다움, 그 속에 깃든 바그네리즘의 그림자 장 푸르네는 1913년 4월에 르앙에서 태어났다. 그는 마르티농(1910~1976), 앙세르메(1883~1969), 뮌슈(1891~1968), 클뤼탕스(1905~1967), 앙게르브레쉬트(1880~1965), 몽퇴(1875~1964)로 거슬러 올라가는 프랑스계 대지휘자 대열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장 푸르네는 그 실력에 비해서는 본국 프랑스에서 그에 합당한 지위와 평가를 받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2차 대전 중인 1944년까지 그는 파리 오페라 코믹크의 초대 지휘자이며 프랑스 방송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는데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는 1957년까지 지휘를 했다. 1968년부터 1973년까지는 네덜란드 노트르담 필의 예술감독.. 2023. 10. 27. 반트(Günter Wand, 1912~2002) 꼼꼼하고 빈틈없는 접근, 거장 시대의 감흥 반트가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과 녹음한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8번은 그야말로 일생에 단 한번 들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위대한 연주라고 할 수 있다. 반트의 이 음반은 좋다. 정말 굉장하다. 원래 브루크너의 제8번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반트의 연주는 비할 데 없는 아름다운, 우주와 같은 광대한 스케일, 표현의 절실함을 저절로 드러내 준다. 삶과 죽음, 물질과 정신, 세계에 대한 경외와 악의 없는 정신적 상승 사이를 대담하게 횡단하는 이 곡의 초고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당시 작곡가의 제자, 친구 누구 한 사람 이 곡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이 곡은 뛰어나고 연주 또한 흠이 없다. 이 연주에서 반트의 강점은 우선 각각 장면에서 템포와.. 2023. 10. 6. 솔티(Georg Solti, 1912~1997) 1912년 10월 21일 부다페스트 태생의 게오르그 솔티는 1997년 9월 5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력적인 연주 활동을 한 지휘자이다. 빈 필과 라이브 녹음으로 제작한 베토벤 교향곡 제5번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9번 음반을 통해 그 청년적인 정열과 넘치는 힘을 맛보면 새삼스럽게 솔티 음악의 위대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솔티가 연주한 말러, 브루크너, 베토벤 교향곡을 찾아 들으면, 그는 어떤 연령을 지날 때마다 표현의 감도가 높아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원래 그의 연주는 음이 잘 다듬어져 있다는 점에서 정평이 나 있었고,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직선의 표현이 그대로 에너지오 분출되어 청중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말년에 그것이 더욱더 공격성을 띠면서 연주자에게 타협을 허.. 2023. 9. 27. 오케스트라 음악의 가능성(Possibilities of orchestral music) 보통 지휘자는 해석을 할 뿐이고 세세한 것은 콘서트마스터에게 일임한다. 한편 콘서트마스터는 '이 지휘자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내가 나서서 잘 중재를 해야겠다.'라고 종종 생각한다. 이러한 관계는 듣기에도 기분 좋은 일이고 오케스트라 음악을 듣는 또 하나의 매력이 될 수 있다. 오케스트라와 이런 원만한 관계를 이루는 지휘자가 더욱 많이 나와야겠다. 일회성이 강한 라이브 무대에서는 좀 더 과감한 연주를 바라는 청중이 많다.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런 연주는 해내기 어렵다. 자기를 주장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오케스트라를 창조해 내는 것은 옛 지휘자들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요즘 점진적이긴 하지.. 2023. 9. 23. 이전 1 ··· 5 6 7 8 9 10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