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Story/지휘자와 오케스트라

푸르네(Jean Fournet, 1913~2008)

by 정마에Zeongmae 2023. 10. 27.
728x90
반응형

    프랑스의 풍요로운 향기와 유려한 아름다움, 그 속에 깃든 바그네리즘의 그림자

    장 푸르네는 1913년 4월에 르앙에서 태어났다. 그는 마르티농(1910~1976), 앙세르메(1883~1969), 뮌슈(1891~1968), 클뤼탕스(1905~1967), 앙게르브레쉬트(1880~1965), 몽퇴(1875~1964)로 거슬러 올라가는 프랑스계 대지휘자 대열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장 푸르네는 그 실력에 비해서는 본국 프랑스에서 그에 합당한 지위와 평가를 받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2차 대전 중인 1944년까지 그는 파리 오페라 코믹크의 초대 지휘자이며 프랑스 방송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는데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는 1957년까지 지휘를 했다.

    1968년부터 1973년까지는 네덜란드 노트르담 필의 예술감독으로 있었고, 네덜란드 방송 교향악단(암스테르담의 위성도시 힐베르쉼에 있다)의 종신 지휘자 그리고 도쿄심포니오케스트라의 명예 지휘자를 맡았다. 대부분 네덜란드 사람은 프랑스어도 할 줄 알기 때문에 암스테르담 주변도 프랑스어권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는 파리오케스트라나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 프랑스국립방송교향악단의 지휘조차 맡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의 장인 기질을 가진 지휘자일 뿐만 아니라 마르티농, 앙세르메에 버금가는 예술가이지만 프랑스 악단의 정치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의 취향이 그런 것인지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LP시대 초기의 푸르네의 연주는 라뮈르오케스트라 외 여러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음반을 상당량 감상할 수가 있다. 또한 데논 레이블에서는 도쿄심포니오케스트라와 연주한 프랑크 교향곡 D단조 등의 음반이 있다. 푸르네의 음악을 알고 싶으면 1991년 11월에 도쿄심포니오케스트라와 라이브로 녹음한 루셀의 교향곡 제4번이나 드뷔시의 「야상곡」을 듣는 것이 좋다. 작은 몸집에 등을 곧추 세운 백발의 푸르네가 지휘단에 올라 서면 보통은 좀 무거운 소리를 내는 도쿄심포니에서 멋지게 흐르는 맑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푸르네는 프랑스의 작곡가 알베르 루셀(1869~1937)과 에르네스트 쇼송(1855~1899)의 교향곡을 무대에 올리는 당시의 유일한 지휘자가 아닐까 싶다.

    프랑스 음악이라고 하면 '정신적'이라든가 '섬세한'의 애매한 수식어가 붙기 일쑤였다. 그러나 푸르네가 들려주는, 특히 루셀의 음악은 작곡가의 구성에 충실하면서 강렬한 생동감을 겸비한 일종의 '체취'를 느끼게 한다. '어, 이게 프랑스 음악인가?'하고 순간 생각하게 하지만 틀림없는 프랑스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루셀의 교향곡은 음을 덩어리처럼 뭉쳐서 발산시키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다소 무겁고 두터운 현의 울림을 가진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한다며 프랑스계의 얇고 가벼운 바이올린 음색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이끌어 낼 것이다.

    푸르네가 만들어 내는 음악에는 풍요로운 향기와 흐르는 선의 아름다움이 있다. 거기에 푸르네 자신의 독일 취향과 함께 19세기 프랑스 음악에 강렬한 영향을 미쳤던 바그네리즘의 물결이 그의 지휘봉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잊을 수 없는 매력의 하나다(쇼송, 생상스 등). 베를리오즈나 베토벤, 브람스도 정교하다. 이 부분 역시 이전의 거장들과 공통된 부분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