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슈베르트13 성문 앞 우물곁에 서 있는 보리수 「보리수」는 24곡으로 구성된 연가곡집 《겨울여행》의 다섯 번째 곡인데 슈베르트는 이 곡을 엄청 사랑했다고 해요. 우리에게 '겨울 나그네'로 많이 알려진 《겨울여행》은 슈베르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서정시인 빌헬름 뮐러가 1821~1822년에 걸쳐 완성한 시집에 곡을 붙인 것으로, 여기서의 여행은 즐겁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정처 없는 쓸쓸한 여행이랍니다. 그러니까 이 시집에서는 사랑의 상처를 입은 나그네가 눈보라 치는 겨울에 정처 없이 방황하며 겪은 일을 노래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소외된 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겨울여행》은 슈베르트가 가난과 질병 속에서 마지막으로 쓴 가곡집이에요. 그중 간결하고 소박한 「보리수」는 평온함과 깊은 우수를 느끼게 합니다. 나그네는 보리수 그늘 .. 2024. 11. 17. 순정의 가곡왕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II 슈타트콘빅트(Stadtkonvikt)를 떠나 아버지를 돕던 프란츠는 징병을 피하기 위해 사범학교에 다니게 된다. 이는 아버지의 뜻으로 당시 초등학교 보조교사는 병역을 면제했기 때문이다. 사범학교는 슈타트콘빅트의 엄격한 기숙사 생활보다는 작곡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도 있었다. 그는 이해(1813년) 가을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하였고, 또 이듬해에는 『미사 F장조』를 작곡하여 리히텐탈 교회 100년 기념제에서 초연되었다. 미사 초연 때 소프라노를 맡은 테레제 그로브(Therese Grob)는 그 후에도 자주 슈베르트의 작품을 교회에서 불렀는데, 그는 어느 사이엔가 이 아름다운 소프라노 가수를 연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이 사랑은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하고, 테레제는 다른 사람.. 2024. 6. 3. 슈베르트 『이중환상』(Franz Schubert 『Der Doppelgänger』) 독창곡은 예로부터 중요한 음악 장르였습니다. 18-19세기에 걸쳐 이 장르는 매우 넓고 다양한 청중을 확보했습니다. 성악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사입니다. 가사가 무엇이며, 구조는 어떠하며, 거기에 어떤 종류의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작곡가의 대답은 대개 그의 창조 과정의 시작입니다. 노래의 가장 중요한 음악적 전제는 선율이며, 선율은 반주와 함께 독창곡의 틀을 만들게 됩니다. 이 두 요소에 있어서 슈베르트는 19세기 초의 다른 가곡 작곡가들을 능가합니다. 선율은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지나친 장식을 피하고, 반주는 단순하면서도 암시적입니다. 『이중환상(Der Doppelgänger)』의 가사는 3연(3 stanzas)이고, 가사의 구조에 따라 음악적 구성이 나뉩니다. 음악적 재료의.. 2024. 3. 21. 슈베르트: 현악 4중주 제12번 「4중주 c단조, D.703」 현악 4중주 제12번으로 전집판에 수록되어 있는 이 곡은 사실은 하나의 악장에 지나지 않는 곡이다. 소나타 형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마 미완성된 4중주의 제1악장이라고 해야 좋을 것 같다. 전집판이 이 곡을 유보해 두었더라면 오늘날 이 뛰어난 작품은 햇빛을 보지 못한 채 묻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슈베르트는 제11번의 4중주곡을 쓴 후 1820년 말까지(제12번이 작곡되기까지) 실로 4년 동안이나 이 분야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오랜 잠을 통해 슈베르트 자신은 커다란 성장을 가져 오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이 곡으로부터 고전적인 작품의 양상을 찾아 볼 수 없으며, 그전 작품과도 단절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말을 발견하고 그것을 서슴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천국적인.. 2021. 5. 8. 열매 맺는 삶 꽃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꽃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자기 이름의 열매를 맺어야하고 자신만의 씨앗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생명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꽃은 훈풍으로 피지만 열매는 고통과 인내로 맺힙니다. 무더위와 장마와 태풍을 겪어야 합니다. 세찬 바람에 흔들려야 하고 서로 부대껴야 하며 가뭄과 홍수도 이겨내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리더, 열매 맺는 지도자란 땀과 눈물의 밥을 먹어 본 사람입니다.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 절망이 무엇인지 슬픔과 아픔은 어디까지인지 인간이 얼마나 초라하고 약한지 배신의 치욕과 실패의 부끄러움을 당해 본 사람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그때 열매는 맛 좋고 빛 좋고 충만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마지막 기쁨은 그들이 차.. 2021. 3. 1. 음악과 시 모든 언어는 음악적이다. 시어(詩語)뿐만 아니라 산문의 언어도 음악적인 것이다. 이 정의는 반대로 음악은 언어의 요소와 같은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다. 구(句)와 호흡의 개념은 음악과 언어에 동일하게 작용한다. 이와 같은 공통점은 멜로디의 경우, 멜로디에 사용되고 있는 말이 거의 언제나 시의 언어이거나 모든 형식의 담화 중에서 가장 음악성이 풍부한 언어이다. “음악의 길과 시의 길은 교차한다.”라는 폴 발레리(프랑스의 시인, 비평가, 사상가)의 말처럼 시는 산문(散文) 이상으로 음악적이다. 그것은 시(詩)의 운(韻)을 강조하는 특성에 의해서이며, 시구의 윤곽과 전체 구성을 지배하고 있는 ‘해조(諧調)’의 절대적인 힘에 의해서이다. 시인의 테크닉과 작곡가의 테크닉 사이에는 일종의 인력(引力)이 작용하고 있.. 2020. 10. 3. 이전 1 2 3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