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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26

볼프강 자발리쉬(Wolfgang Sawallisch, 1923~2013) 투명한 형식과 선율의 내적 공감, 독일 · 오스트리아의 전통을 잇는 거장 1965년경, 어느 연주회의 프로그램 팸플릿에 눈에 띄게 단정 한 얼굴을 한 젊은 지휘자가 등장했다. 자발리쉬였다. 그가 지휘한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이었다. 지휘하는 모습도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단정하고 절도가 있었다. 당시 청중들은 압도할 듯한 지극히 전통적이고도 중후한 연주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지휘 동작도 대략적으로 음악 전체를 디자인해 가는 전통적인 독일 스타일이 유행이었다. 자발리쉬의 지휘는 그러한 스타일과는 대조적으로 독일에도 새로운 시대의 감각이 생겨나고 있음을 통감케 하는 새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그와 같은 단정하면서도 절도 있는 모습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형식의 투명함과 약동하는 .. 2024. 2. 9.
오트마 슈위트너(Otmar Suitner, 1922~2010) 작품에 대한 성실한 접근에서 들려오는 구동독의 음악적 전통 오트마 슈위트너는 20세기의 친숙하게 알려진 지휘자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슈위트너를 말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특별히 강한 개성을 가지지 않은 친한 친구에 관해 말할 때 느끼는 곤란함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슈위트너를 개성이 없는 지휘자라는 것은 아니다. 정통적인, 게다가 친숙한 지휘자를 말하는 어려움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의 곤란함은 그것뿐만 이 아니다. 슈위트너 역시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라는 베일에 가려져 왔고 그것이 그의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없게끔 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슈위트너는 1964년 이래 4 반세기에 걸쳐 베를린 국립 가극장 음악 총감독.. 2024. 1. 30.
줄리니(Carlo Maria Giulini, 1914~2005) 음악에 대한 진지하고 오롯한 자세가 낳은 강한 설득력 줄리니는 1914년 남부 이탈리아의 바를레타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로마의 성 세실리아 음악원에 서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배우고 같은 지역의 아우구스티노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주자로 활동했다. 그 후 지휘를 공부하기 위해 성 세실리아 음악원에 재입학해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된다. 지휘자로 데뷔한 것은 1944년 성 세실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였다. 1946년에서 1956년에 걸쳐 로마의 이탈리아 방송 교향악단의 지휘자를 역임했고, 그 사이 1952년에는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에게 인정을 받아 밀라노 스칼라 가극장에서도 지휘를 했으며 1953년부터는 수석 지휘자로서 오페라에서도 활약한다. 그리고 1956년에는 두 자리를 모두 떠나 이탈리아 이외의 나.. 2024. 1. 3.
지휘의 역사 2 순수한 최초의 직업적 지휘자는 한스 폰 뷜로(Hans von Bülow, 1830~1894)였다. 뷜로는 베를리오즈와 바그너가 작곡가 겸 지휘자로 활동하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 정열적인 해석을 내리고 올바른 템포와 프레이징으로 명쾌하고 안정된 표현을 이룩했다. 그는 거의 암보로 지휘했다. 근대의 지휘법은 어떤 형태로든 뷜로우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브루노 발터도 뷜로우의 연주를 듣고 지휘자가 되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뒤이어 독일 낭만파의 극적인 기복을 살린 표현법을 확립한 헝가리 지휘자 니키쉬(Arthur Nikisch, 1855~1922)의 공적은 위대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바인가르트너(Paul Felix Weingartner, 1863~1942)가 나타남으로써 그때까지의 지휘에 큰 수정이 가.. 2023. 12. 25.
지휘의 역사 1 지휘자가 직접 지휘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선 뒤부터였다. 그 이전의 지휘 활동은 분명한 방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고, 합창이나 합주의 통일을 꾀하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임시로 택했을 뿐이었다. 그리스 비극에서는 합창을 발장단으로 지휘하거나 중세에는 교회 합창단의 수석 가수가 손뼉 박자를 치기도 했다. 그 손뼉 박자 대신에 손동작으로 속도나 박자를 지시하게 되고 문예부흥기의 다성음악 전성기에는 악보를 말아 쥐고 박자를 쳤고 또 마루를 두들겨 박자를 맞추었다. 17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기악의 발달과 함께 합주가 많아지면서 그것을 통일하기 위해 하프시코드의 통주저음이 깔렸는데 교회에서의 오르간과 같은 작용으로 지휘의 역할을 했다. 또 통주저음 대신 기다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겨 지휘를 한 일도.. 2023. 12. 24.
성공적인 연주회를 위한 조언 성공적인 연주회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악곡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이에 다른 철저한 해석이 바탕이 될 때 성공적인 연주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을 존중해야 한다. 어리석은 지휘자의 대표적 유형은 자신을 과시하며 연주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위위구조(圍魏救趙)'라는 말이 있다. 위나라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조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직접 침공하지 않고 포위하여 간접적으로 조나라를 침범하지 못하게 한 데에서 유래한다. 이는 침공할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구태여 어려운 전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자성어가 연주를 준비하는 연습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지휘자가 자신의 음악적 지식의 우위에서 연습..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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