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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30

베를린 필과 카라얀(Berlin Phil and Karajan) 대부분의 음악애호가들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흥분한다. 그만큼 베를린 필은 거의 신화적인 위상을 누리는 음악 단체가 되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모차르트에서 말러, 베토벤에서 브루크너와 브람스에 이르는 위대한 오스트리아-독일 음악 전통과 사실상 동의어다. 그도 그럴 것이 1955년부터 1989년 사망할 때까지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독재하에서 베를린 필은 세계에서 녹음을 가장 많이 하고 가장 유명하고 가장 힘 있는 오케스트라가 되었던 것이다. 역사상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이렇게 합심해서 녹음 매체를 완전하게 지배했던 적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이 함께 만들어낸 소리는 깊고도 윤기 있는 관능미로 넘쳤다. 지금도.. 2024. 10. 27.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 공연(Conductor and Orchestra & Performance) 지휘자의 몸짓에 오케스트라가 마음을 열고 반응을 하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것이 아니다. 지휘봉을 들고 그들 앞에서 아무리 요란하게 춤을 춰봤자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한 발 물러나서 덜 강압적이 될 때 그들을 더 잘 이끌 수 있다. 지휘자는 자신의 몸짓 언어를 고무줄처럼 생각해야 한다.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면 툭 끊어진다. 하지만 천천히 움직이면 모양을 바꾸고 오케스트라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들이 예상하지 않았던 것을 해도 최소한 절반은 지휘자를 믿고 따라온다. 나는 리허설에서 쌓은 틀을 지키되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를 공연에서 만들어낸다. 공연 중에 연주자들을 웃게 만들 수도 있다. 공연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 미리 정한 대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상황이 살짝 틀어.. 2024. 8. 23.
지휘자가 해야 하는 것(What a conductor should do) 오케스트라는 여러 다른 방식으로 연주할 수 있다. 누군가는 소리가 명확해야 한다고, 연주자가 항상 어택과 아티큘레이션을 강하게 해서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는 유연한 울림, 투명하고 가벼운 소리를 좋아하기도 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다 중요하다. 어떤 음악에도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그래서 지휘자는 굉장히 다른 것들을 동시에 이루어야 한다. 말하자면 강력한 힘과 가벼움, 투명함이 공존하는 연주여야 한다. 그러한 결과를 얻으려면 세세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지휘자는 연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인 음악의 색채, 성격, 주요 성부의 문제를 파고들어야 한다. 곡의 명암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모든 파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려면 모두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베이스라인, 화음, 짜임새를 항상 .. 2024. 7. 2.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교류와 관계(Orchestra concerts are interaction and relationship)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인간적 교류와 음악적 관계의 빙산의 일각을 보여준다. 지휘자가 무엇을 하는지 알려면 오케스트라가 무엇을 하는지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생활, 해당 도시의 음악 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 과거와 현재 청중과의 관계, 정치적 상황 등을 보아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자와 음악가들의 관계, 그리고 오케스트라 안에서의 연주자들 사이의 그리고 각 섹션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이다. 여러분이 만나게 될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들은 지휘자만큼이나 음악적 여정에 핵심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모두 똑같은 일을 하고자 한다. 자신들의 삶이 음악에 힘입은 만큼 최고 수준의 연주를 통하여 청중의 삶을 더 좋게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방법은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마다 매우 다르다. h.. 2024. 6. 24.
지휘봉 때문에 죽은 지휘자(A conductor killed by a baton) 장 밥티스트 륄리는 17세기의 가장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였습니다. 또한 그는 지휘와 관련된 사고의 희생자로도 유명하답니다. 륄리는 루이14세 궁정의 중심적인 인물로 사실상 프랑스의 모든 음악정책을 총괄했어요. 이 음악의 권력자는 지휘봉 대신에 긴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려 박자를 알렸는데, 1687년에 태양왕을 위해 을 지휘하던 중에 그만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어요. 완전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거죠 ㅎㅎ 이로 인해 생긴 상처가 썩어 들어가 괴저로 발전했고, 두 달 후에 그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의사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했는데, 다리가 없는 모습으로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했다네요..... 그러나 당시에는 아직 마취제가 없어서 수술을 그냥 맨 정신에 했는데.. 2024. 5. 28.
볼프강 자발리쉬(Wolfgang Sawallisch, 1923~2013) 투명한 형식과 선율의 내적 공감, 독일 · 오스트리아의 전통을 잇는 거장 1965년경, 어느 연주회의 프로그램 팸플릿에 눈에 띄게 단정 한 얼굴을 한 젊은 지휘자가 등장했다. 자발리쉬였다. 그가 지휘한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이었다. 지휘하는 모습도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단정하고 절도가 있었다. 당시 청중들은 압도할 듯한 지극히 전통적이고도 중후한 연주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지휘 동작도 대략적으로 음악 전체를 디자인해 가는 전통적인 독일 스타일이 유행이었다. 자발리쉬의 지휘는 그러한 스타일과는 대조적으로 독일에도 새로운 시대의 감각이 생겨나고 있음을 통감케 하는 새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그와 같은 단정하면서도 절도 있는 모습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형식의 투명함과 약동하는 .. 202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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