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지휘자26

지휘자도 실수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와 연습을 진행하면서 순간의 실수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한 경험이 있는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연습을 하기 전 항상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나도 때때로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저지른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연습을 진행하지만 인간인 이상 실수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실수한 일에 대해서 바로잡기보다는 덮어두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또 다른 실수를 추가하게 된다. '지휘자도 실수할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저지른 실수를 정정할 수도 있다.' 리허설을 진행하면서 지휘자는 연주자의 귀를 즐겁게 해 줄 의무가 없다. 필요하다면 연주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이지만.. 2023. 12. 9.
지휘자가 실수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휘 예술에는 일도양단으로 자를 수 없는 모호한 영역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휘자의 지도 아래 연주하는 모든 이가 '그건 정말 실수였다'라고 동의할 수 있는 그런 실수도 있기 마련이다. 주로 마에스트로가 마디당 박자 수를 혼동하거나, 연주자 또는 가수에게 잘못된 지점에 큐 사인을 보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앙상블은 지휘자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무시할 것인지 양단간에 선택을 해야만 한다. 찰나의 순간에 이뤄져야 하는 결정이며, 게다가 모든 음악가가 마치 한 몸으로 된 양 내려야만 하는 결정이다. 집단적 결정이 제각각으로 어긋나면 음악적 혼돈이 뒤따르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경우 단원들이 서로 눈치를 봐가며 어떻게든 음악은 굴러가게 만든다. 지휘자는 실수를 할 때마다 무거운 양심의.. 2023. 12. 3.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과의 관계 지휘는 필연적으로 파트너십이 중요한 행위다. 모든 위대한 지휘자는 궁극적으로 위대한 앙상블과 연을 맺게 되고, 양자 간의 관계는 양측 모두에게 독특한 그 무엇인가를 구축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교향악단 앞에 처음으로 섰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기 바란다. 무대 위에는 무려 100명의 연주자가 앉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예술을 연마하여 완벽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데 평생을 바친 이들이며, 자의건 타의건 각자의 개성을 오케스트라라 불리는 더 큰 존재에 예속시키는 이들이다. 단원들은 힘들고 보상도 변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목관악기 혹은 금관악기 연주자나 현악군 수석쯤 되면 그래도 간혹 독주의 기회를 얻어 자기가 가진 예술가로서의 기교를 표현하곤 한다. 압도적 다수의 단원들은 각.. 2023. 11. 30.
프랑스 오케스트라 vs 독일 오케스트라 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만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현의 마디마디는 독일 오케스트라보다 가볍게 들린다. 묵직한 저음의 강력한 바이올린군이 퍼져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카라얀 시대의 베를린 필과 같은 음을 프랑스 오케스트라는 낼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파리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방송 관현악단, 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리옹 오케스트라,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중 파리 오케스트라 이외에는 청중이 쉽게 만족할 만한 연주를 들려주지 않았다. 그 대신 원래 악기의 양식이 틀린 관악기 파트는 호평을 받는 때가 많다. 특히 오보에, 클라리넷의 음색은 프랑스계와 독일계가 상당히 다르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는 '생각 외로 서툴다'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러한 각각의 차이를.. 2023. 11. 3.
반트(Günter Wand, 1912~2002) 꼼꼼하고 빈틈없는 접근, 거장 시대의 감흥 반트가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과 녹음한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8번은 그야말로 일생에 단 한번 들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위대한 연주라고 할 수 있다. 반트의 이 음반은 좋다. 정말 굉장하다. 원래 브루크너의 제8번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반트의 연주는 비할 데 없는 아름다운, 우주와 같은 광대한 스케일, 표현의 절실함을 저절로 드러내 준다. 삶과 죽음, 물질과 정신, 세계에 대한 경외와 악의 없는 정신적 상승 사이를 대담하게 횡단하는 이 곡의 초고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당시 작곡가의 제자, 친구 누구 한 사람 이 곡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이 곡은 뛰어나고 연주 또한 흠이 없다. 이 연주에서 반트의 강점은 우선 각각 장면에서 템포와.. 2023. 10. 6.
솔티(Georg Solti, 1912~1997) 1912년 10월 21일 부다페스트 태생의 게오르그 솔티는 1997년 9월 5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력적인 연주 활동을 한 지휘자이다. 빈 필과 라이브 녹음으로 제작한 베토벤 교향곡 제5번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9번 음반을 통해 그 청년적인 정열과 넘치는 힘을 맛보면 새삼스럽게 솔티 음악의 위대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솔티가 연주한 말러, 브루크너, 베토벤 교향곡을 찾아 들으면, 그는 어떤 연령을 지날 때마다 표현의 감도가 높아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원래 그의 연주는 음이 잘 다듬어져 있다는 점에서 정평이 나 있었고,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직선의 표현이 그대로 에너지오 분출되어 청중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말년에 그것이 더욱더 공격성을 띠면서 연주자에게 타협을 허.. 2023. 9. 27.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