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최초의 직업적 지휘자는 한스 폰 뷜로(Hans von Bülow, 1830~1894)였다. 뷜로는 베를리오즈와 바그너가 작곡가 겸 지휘자로 활동하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 정열적인 해석을 내리고 올바른 템포와 프레이징으로 명쾌하고 안정된 표현을 이룩했다. 그는 거의 암보로 지휘했다. 근대의 지휘법은 어떤 형태로든 뷜로우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브루노 발터도 뷜로우의 연주를 듣고 지휘자가 되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뒤이어 독일 낭만파의 극적인 기복을 살린 표현법을 확립한 헝가리 지휘자 니키쉬(Arthur Nikisch, 1855~1922)의 공적은 위대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바인가르트너(Paul Felix Weingartner, 1863~1942)가 나타남으로써 그때까지의 지휘에 큰 수정이 가해졌다. 즉 낭만파의 지휘가 지나치게 주정적인 해석에 치우쳐 무작정 극적으로 과장되기 일쑤였으나 바인가르트너는 고전적인 조화를 존중한, 중용과 기품을 간직한 지휘를 해서 20세기 전반에 새로운 기운을 열었다. 그중에서도 베토벤의 교향곡 지휘에 관해 직접 책을 써서 베토벤 연주의 표준을 예시했다. 그의 지휘 활동은 유럽에 널리 퍼졌으며 그 영향은 매우 컸다. 니키쉬와 바인가르트너는 지휘자란 작곡가의 사상을 옳게 해석해야 하며 작품을 통해 지휘자의 의지나 감정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휘자는 작곡가가 말하게 해야 하며 지휘자 자신이 말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두 사람이 낭만적인 주관적 지휘법을 바로잡아 이지적으로 분석하는 객관적 지휘법으로 옮겨놓은 힘은 많건 적건 오늘의 지휘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것은 지휘자가 기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작품을 해석하느냐에 따른다. 지휘자는 관현악 및 스코어에 관해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자기가 재창조한 연주를 구축해야 한다.
20세기 후반의 지휘자는 지휘를 전문으로 삼고 작곡은 2차적인 존재로 물러났다. 오늘날 직업적인 지휘자는 관현악을 자기의 악기로 여기는 연주가가 되었다. 또 애호가도 지휘자의 미학적인 음악성에 많은 기대를 걸게 되어버렸다.
네덜란드의 멩겔베르크 그리고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 및 독일의 푸르트뱅글러 등은 20세기 전반에 새로운 지휘자의 거장적 존재를 확립한 사람들이다. 멩겔베르크의 개성 강한 재창조력은 과거의 작품에 새로운 상상을 주고 그 해석에는 다분히 낭만적인 특징이 있는 깊은 음악성을 지니고 있었다. 개성에는 많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지만 발터도 낭만적인 생각을 음악에 살린 서정적인 지휘자였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말러의 찬양자였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공통된 예술관을 갖고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멩겔베르크가 '낭만적인 건축가'라면 발터는 '낭만적인 시인'이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와 독일의 푸르트뱅글러는 20세기 전반의 쌍벽을 이룬 두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푸르트뱅글러의 주정적인 해석과 토스카니니의 객관적 표현은 분명 대조적이지만 그것은 결과로 본 입장이고 이 두 사람은 지휘자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일치했다. 즉 지휘자는 작곡가의 의도에 충실하게 작품 내용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결국 대조적으로 되는 것은 그들의 음악관과 국민성의 차이에 의거한다. 독일인과 이탈리아인이라는 피의 차이는 작곡가의 뜻을 느끼는 방법에 변화를 주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지휘자 중 이 두 사람에게서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위대한 존재였다.
그 후 적극적인 활동을 하며 현대의 표준이 된 지휘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카라얀, 프랑스의 클뤼탕스, 구 소련의 므라빈스키, 미국의 번스타인이었다. 이 4명의 지휘자는 20세기의 지휘법을 제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국민성 및 개성의 차이에 따라 표현법이 다르지만 토스카니니가 보여준 작곡가의 의도를 엄격하게 재현하려는 생각을 기초로 하여 거기에 극단적으로 비인간화되지 않도록 푸르트뱅글러의 서정성을 아울러 갖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따라서 깨끗한 표현 속에 풍부한 정서가 깃들어 있으며 또한 현대인의 세련된 감각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전통을 무시하지 않고 그것을 현대에 교묘하게 살려낸 지휘자였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들어와서 헤아릴 수 없는 각양각색의 지휘자들이 전 세계의 악단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위의 네 지휘자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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