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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를 넘어 주체로: AI, 장애인의 창의를 확장하는 새로운 언어 "AI는 장애인의 창의력을 보조하는 도구를 넘어, 창의 그 자체를 확장하는 '언어'가 될 수 있을까."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이 질문이 드디어 실행의 궤도 위에 올랐다. 장애인 최초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우승이라는 역사를 쓴 테너이자, 나의 대학 동기인 마에스트로 최승원(주식회사 라이프바이최승원 대표) 형님과의 회의가 그 출발점이었다.이 만남은 단순한 비즈니스 협업이 아니었다. AI 교육, 예술, 그리고 사회적 구조에 대해 각자 축적해 온 고민이 비로소 하나의 선명한 좌표 위에서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1. 장애, 세계를 읽는 또 다른 문법마에스트로 최승원의 커리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다. "예술적 탁월함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그에게 장애는 극복해야 할 결핍이 아니라, 세계를 인..
기교를 내려놓는 순간, 본질이 말을 걸어온다 지휘대 위에서 발견한 진실 지휘 수업 현장에서 나는 반복적으로 같은 장면을 목격한다. 열정적인 학생이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선다. 손목은 우아하게 회전하고, 팔은 정확한 각도로 펼쳐진다. 박자는 흔들림 없이 정확하다. 그런데 오케스트라는 혼란스러워한다. 연주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을 교환한다. "지금 이 지휘자가 우리에게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 걸까?"문제는 기교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문제는 기교가 너무 완벽해서, 그 완벽함 뒤에 숨은 음악적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학생은 '지휘하는 법'을 배웠지만, '왜 지휘하는가'를 망각했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첫 네 음표가 담고 있는, 그 절박함과 긴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손이 움직여야 하는데, 손은 그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릴 뿐이었다.내가 학..
Song of Desire —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감정에 대하여 이 음악은 강하게 말하지 않는다.오히려 말을 아끼는 쪽에 가깝다.「Song of Desire」는 단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Andante sostenuto.시간이 흐른다기보다, 잠시 멈춰 서 있는 듯한 감각 속에서 음악은 시작된다.첼로는 이 곡의 중심이다.감정을 과장하지도, 극적으로 밀어붙이지도 않는다.다만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음색으로,말로 표현되지 못한 상태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그 소리는 슬픔이라기보다는 욕망에 더 가깝다.그러나 이 욕망은 결코 소리 높이지 않는다.참고, 기다리고, 아직 말하지 않은 상태로 머문다.피아노는 그 아래에서 조용히 움직인다.아르페지오는 반복되지만, 끝내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화성은 풀릴 듯하다가도 멈추고,완결될 수 있었던 문장은 일..
흙의 정직함과 도시의 감각이 만나는 곳 — 연천 장남면 현장 기록 연천군 장남면의 고요한 풍경 속에서 도시와 농촌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고 왔습니다. Maestro Nexus Lab이 지향하는 '연결'의 가치가 현장에서 어떻게 숨 쉬고 있는지, 그 첫 번째 기록을 공유합니다.장남사회적협동조합,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다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가면 닿는 이곳에는 단순한 생산 공동체를 넘어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장남사회적협동조합이 있습니다.이곳은 들기름, 요거트와 같은 유제품부터 옥수수 가공품, 꿀, 인삼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소중한 자원을 기반으로 고품질의 농축산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2대, 3대째 농사를 짓는 중소농들입니다. 그들의 손에서 탄생하는 제품 하나하나에는 땅을 지키고, 다음 세..
고요 속에서 음악은 비로소 숨을 쉰다— Deep Peace Piano & Harp 이 음악을 만들며 가장 먼저 정한 기준은 단순했다.“아무것도 설득하지 않을 것.”요즘의 음악은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 한다. 감정을 앞서 제시하고, 장면을 규정하고, 청취자의 반응을 미리 계산한다. 하지만 고요는 그렇게 얻어지지 않는다. 고요는 요청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비워줄 때 비로소 스며든다.〈Deep Peace Piano & Harp〉는 그런 비움의 실험에서 출발했다. 느린 호흡 위에 피아노와 하프, 그리고 부드러운 스트링 패드를 얹었다. 선율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화성은 서서히 숨을 고른다. 음악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그 자리에 머문다.이 곡에는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없다. 대신 반복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조로움이 아니라, 신뢰에 가깝다. 같은 패턴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 ..
음악은 예배의 본질적인 언어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가장 깊은 경외와 사랑, 감사와 간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음악은 언어를 초월하는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때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영적 체험이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과 논리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하나님에 대한 경험을 음악은 소리와 리듬, 선율과 화성을 통해 전인적으로 표현해냅니다. 언약궤가 다윗 성으로 들어올 때의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다윗과 온 이스라엘 족속이 잣나무로 만든 여러 가지 악기와 수금과 비파와 소고와 양금과 제금으로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추며 노래하더라"(사무엘하 6:5).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악기의 다양성입니다. 수금(Harp, 현악기), 비파(Lyre, 소형 현악기), 소고(Tambourine, 타악기), ..
A Sky of Secrets: 별들 사이의 침묵을 듣는 시간 고요가 찾아오는 방식밤에는 낮과 다른 종류의 고요가 찾아옵니다. 아무 소리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소리와 소리 사이가 넓어지는 고요. 냉장고의 낮은 웅얼거림, 창밖의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차 소리—이 모든 것이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간격이 넓어집니다. 가만히 그 안에 머물수록 오히려 더 깊어지는 침묵 말입니다.어린 시절, 잠들기 전 천장을 바라보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루의 모든 일들이 아직 머릿속을 맴돌지만, 동시에 그것들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 생각이 구름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순간 스르르 사라지는 그 경계의 시간. 완전히 깨어있지도, 완전히 잠든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A Sky of Secrets〉는 바로 그 고요에서 시작된 음악입니다.소리의 겹, 침묵의 층이 곡은 피아노의 부드러운 선..
차의 마음을 평등하게 나누는 그릇, 공도배(公道杯) 공도배라는 이름은 '공도(公道)', 즉 '공평한 도리'라는 한자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차를 마시는 모든 이에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동일한 맛과 향을 전하고자 하는 배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다관(찻주전자)에서 바로 찻잔에 차를 따르면, 먼저 따른 잔과 나중에 따른 잔의 농도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찻잎은 물과 만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우러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차의 진함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공도배는 이러한 차이를 없애기 위해 우려낸 차를 잠시 머물게 하는 정거장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서 비로소 하나로 어우러진 차탕은 모두의 잔에 고른 농도와 온도로 전해집니다.공도배의 다른 이름으로는 차해(茶海)가 있습니다. 우러난 차가 넓게 펼쳐져 하나로 섞이는 모습이 마치 바다를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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