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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AI 음악 이야기

AI와 고전 형식의 협상 — Serenade No.1 제작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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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데 No.1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의도한 고전 형식’과 ‘AI가 만들어낸 실제 음악’ 사이의 간극이었습니다. 원래는 3악장을 미뉴에트로 구성해 고전 세레나데의 전형적인 4악장 구조를 재현하려 했지만, 수노(Suno)는 반복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미뉴에트 리듬을 안정적으로 구현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인간 작곡가의 설계와 알고리즘의 해석이 타협한 형태로, 다음과 같은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I. Allegro
II. Romance
III. Allegretto
IV. Rondo Allegro

이 결과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AI 작곡 시대의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고전 세레나데의 문법 위에서 작동하는 현대적 생성 방식

이 작품은 고전주의 세레나데의 구조적 문법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빠른 1악장–서정적 2악장–무곡적 3악장–경쾌한 론도 피날레라는 흐름은 전통적인 궁정 음악의 기능과 감상 구조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 I. Allegro는 현악 중심의 명확한 동기 전개와 균형 잡힌 프레이징을 통해 ‘야외 연주용 음악’ 특유의 밝은 개방감을 형성합니다.
  • II. Romance는 선율 중심의 노래하는 악장으로, 선율의 호흡과 화성의 단순성이 감정 전달을 담당합니다.
  • III. Allegretto는 본래 미뉴에트의 자리에 위치하지만, 실제 결과물은 더 가벼운 디베르티멘토적 성격을 띱니다. 리듬이 춤곡이라기보다 ‘흐르는 움직임’에 가깝습니다.
  • IV. Rondo Allegro는 반복되는 주제와 에피소드가 교차하며 청자의 기억을 자극하는, 고전 세레나데 특유의 폐회 방식입니다.

이 네 악장은 전통적 양식 위에서 작동하지만, 생성 방식은 완전히 현대적입니다. 인간이 설계한 ‘형식 프레임’ 위에 AI가 실제 음형과 텍스처를 채워 넣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미뉴에트의 부재가 만든 새로운 3악장

특히 3악장은 이 작품의 정체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고전 세레나데에서 미뉴에트는 단순한 춤곡이 아니라, 전체 구조를 안정시키는 ‘균형의 축’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번 결과물에서는 그 기능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 미뉴에트의 삼박 리듬 대신
  • 보다 직선적이고 연속적인 리듬 진행이 형성되었고
  • 결과적으로 ‘춤곡’보다 ‘중간 완충 악장’의 성격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인간 작곡에서라면 수정과 재작업의 대상이 되겠지만, AI 협업 작곡에서는 하나의 해석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즉, 형식은 인간이 제안하고, 실제 음악적 문장은 알고리즘이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인간 작곡가와 AI의 역할 분담

이번 세레나데는 다음과 같은 협업 모델을 보여줍니다.

  1. 인간: 형식, 악장 배치, 스타일 방향 설계
  2. AI: 선율 생성, 화성 선택, 리듬 패턴 구현
  3. 결과: 전통적 문법 + 비전통적 디테일의 혼합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통제’가 아니라 ‘조율’입니다.
AI는 완전히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반복적 상호작용 속에서 점점 원하는 스타일에 근접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작곡 행위가 됩니다.


세레나데라는 장르의 현대적 재해석

세레나데는 본래 귀족 사회의 사교와 야외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입니다.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 그 기능은 다음과 같이 변환됩니다.

  • 궁정 → 온라인 플랫폼
  • 야외 연주 → 스트리밍 감상
  • 사회적 배경음악 → 집중·휴식용 콘텐츠

이 작품은 그 변환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고전주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소비 방식은 완전히 현대적이며, 제작 과정 또한 인간 단독 창작이 아닌 알고리즘 협업입니다.


이 세레나데의 핵심은 특정 작곡가의 음악을 모방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전주의 작곡 방식 자체—명확한 동기, 균형 잡힌 프레이즈, 기능 화성 중심의 진행—을 현재의 창작 환경으로 옮겨오는 데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형식은 인간이 설계하고
  • 음악은 알고리즘이 생성할 때
  • 작곡가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이 세레나데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입니다.
작곡가는 더 이상 ‘모든 음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이 생성되는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https://youtu.be/EcIZZeEbttY?si=BB7-6lj1ZfLz99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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