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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지휘자와 오케스트라58

지휘의 재미...... 지휘를 하다 보면 다양한 느낌을 받지만 '재미'는 그 가운데 하나가 좀처럼 되지 못한다. 지휘에는 기쁨이 있고 스트레스가 있다. 성공적인 연주를 성취한 뒤에 찾아오는 어떤 특정한 방어적 자존심도 있다. 인간 영혼이 빚은 가장 위대한 표현의 내부로 들어감으로써 느낄 수 있는 찬란한 아름다움도 있다.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첨탑에 들어가 그 내부 장식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는 것처럼 말이다. 오케스트라를 앞에 두고, 수많은 청중을 뒤에 두고 그 한가운데 서서 연주를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초인적인 에너지도 있다. 음악이 행복할 때는 지휘자도 재미를 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 자신이, 지휘하는 음악 그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을 지휘하는 자가 재미를 보.. 2023. 12. 6.
지휘자가 실수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휘 예술에는 일도양단으로 자를 수 없는 모호한 영역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휘자의 지도 아래 연주하는 모든 이가 '그건 정말 실수였다'라고 동의할 수 있는 그런 실수도 있기 마련이다. 주로 마에스트로가 마디당 박자 수를 혼동하거나, 연주자 또는 가수에게 잘못된 지점에 큐 사인을 보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앙상블은 지휘자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무시할 것인지 양단간에 선택을 해야만 한다. 찰나의 순간에 이뤄져야 하는 결정이며, 게다가 모든 음악가가 마치 한 몸으로 된 양 내려야만 하는 결정이다. 집단적 결정이 제각각으로 어긋나면 음악적 혼돈이 뒤따르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경우 단원들이 서로 눈치를 봐가며 어떻게든 음악은 굴러가게 만든다. 지휘자는 실수를 할 때마다 무거운 양심의.. 2023. 12. 3.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과의 관계 지휘는 필연적으로 파트너십이 중요한 행위다. 모든 위대한 지휘자는 궁극적으로 위대한 앙상블과 연을 맺게 되고, 양자 간의 관계는 양측 모두에게 독특한 그 무엇인가를 구축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교향악단 앞에 처음으로 섰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기 바란다. 무대 위에는 무려 100명의 연주자가 앉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예술을 연마하여 완벽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데 평생을 바친 이들이며, 자의건 타의건 각자의 개성을 오케스트라라 불리는 더 큰 존재에 예속시키는 이들이다. 단원들은 힘들고 보상도 변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목관악기 혹은 금관악기 연주자나 현악군 수석쯤 되면 그래도 간혹 독주의 기회를 얻어 자기가 가진 예술가로서의 기교를 표현하곤 한다. 압도적 다수의 단원들은 각.. 2023. 11. 30.
지휘자의 페르소나 지휘자는 악보 위에 묵묵히 잠들어 있는 음악에 반응하여, 복잡한 몸동작을 통해 음악이 우리 내부를 통과해 나가도록 응원한다. 사람들은 음악에 의상을 입힐 수도 있고 영상을 덧씌울 수도 있다. 음악에 노랫말이나 대사를 곁들일 수도 있고, 음악에 순응하거나 거역하는 춤사위를 붙일 수도 있다. 음악은 시각적 이미지에 찰싹 들러붙고 때로는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악은 근본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이다. 지휘자들은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긴 신구(新舊) 걸작들 안의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소외와 연대의 신비, 그리고 각각의 양극단 사이에 놓인 모든 회색 음영을 불와전하게나마 탐험하는 존재다. 그들 작곡가가 모두 영웅인 건 아니었다. 아니, 심지어 위대한 인물이라.. 2023. 11. 28.
지휘자...... 소리의 창조와 소리의 수용 사이 중심에 존재하는 데서 오는 기쁨은 마치 마약처럼 우리를 끌어당긴다. 지휘를 잘하는 건 무척 까다로운 일이지만,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는 음악가들과 청중 사이에 예측할 수 없는 신성한 '화합'이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인생에 진한 각인을 남기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빚어내며, 신비에 빛을 비추고, 시간을 멈추며, 인간으로서 우리의 본질을 모든 것, 모든 이와 연결하는 불가해한 그 무엇의 일부가 된 듯한 순간이다. 그렇다, 지휘란 그런 경험일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지휘자도 오케스트라 없이 일할 순 없다. 우리는 오로지 실전을 통해서만 훈련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홀로 연습한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게다가 공연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가 쏜 비판의 화살도 .. 2023. 11. 24.
거대한 모습을 마음속에 담고…… 음악이 오케스트라라는 몸속에서 소화되어야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자기 파트만 익혀서는 안 된다. 모든 악기가 지금 무엇을 연주하는지 모두가 정확하게 일아야 한다. 이 작품을 전에 얼마나 잘 연주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멀리, 아주 멀리까지 나아갈 준비가 되어야 한다. 이럴 때 오케스트라는 비범한 에너지로 작품을 집어삼킨다. 클라이맥스를 재촉하지 않아도 알아서 모습을 갖추어간다. 지휘자는 그저 거대한 모습을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 된다. “연주하며 음악을 해석하지 말 것, 주제넘게 나서지 말 것,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둘 것!”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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