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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11월"

by 정마에Zeongmae 2017.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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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아침, 잔뜩 흐린 하늘을 머리 위에 하고 길을 나서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 모자를 두드린다. 울긋불긋 가을을 입은 나뭇잎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 가지를 붙들고 있고, 거미는 잎과 잎 사이에 둥지를 매달았다.

늘상 이런 날이면 차이코프스를 찾게 된다. 오늘은 그의 소품 모음인 <사계>(The Seasons Op. 37a) 중 11월을 머리에 떠올린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는 총 12곡으로 구성된 피아노소품(short piano pieces)이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에서 창간한 음악 잡지 ‘누벨리스트(Nouvellist)’의 발행인이었던 니콜라이 버나드(Nikolay Matveyevich Bernard)가 1876년 1월호부터 12월호에 걸쳐 매달 그 달에 어울리는 시와 함께 피아노소품을 게재하고자, 이를 차이코프스키에게 부탁하면서 이 곡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차이코프스키는 잡지가 나오기 직전 달에 피아노곡을 한 곡씩 만들어서 잡지사로 보냈고, 실제 <사계>는 1875년 12월부터 1876년 11월까지 매달 1곡씩 완성된 것이다. 

<사계>는 ‘더 먼스(The Months)’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상 ‘사계’라는 한글 제목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곡이 사계(四季)인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된다기보다는 총 열두 달을 열두 곡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각 피아노곡은 그달에 맞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간결한 구성으로 작곡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대부분의 음악은 격정적인 면이 강하지만 그의 피아노곡들은 반대로 담백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12곡 모두 낭만적이지만, 가장 유명한 곡으로는 1월의 <난롯가에서>, 6월의 <뱃노래>, 10월의 <가을의 노래> 등이 있다. 그런데 당시 러시아는 구력(율리우스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계절감이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양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가령, 7월은 <추수꾼의 노래>, 8월은 <수확>으로 이어지는데, 이는우리나라의 음력과 더 잘 맞는다. 


우리나라의 11월은 낙엽이 지는 늦가을이지만, 러시아의 11월은 이미 한겨울이다. 차이코프스키는 19세기 후반 러시아의 11월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눈덮인 거리와 들판을 오가던 세 필의 말이 끄는 마차 겸 썰매인 트로이카(troika)를 피아노로 그리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인 "11월"은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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