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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

말러 교향곡 제9번 피날레(Mahler Symphony No. 9 Finale)

by 정마에Zeongmae 2024.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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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러의 교향곡 제9번은 사멸에 대한 성찰이다. 첫 악장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클라이맥스에서 삶을 정신없이 격렬히 찬양하다가 마지막 악장에 이르면 압도적인 노래로 죽음을 소름 끼치게 불러온다.

▲ 1909년 빈 궁정 오페라 음악감독 시절의 말러


    교향곡 9번의 피날레는 말러의 작품 가운데 가장 느리고 감정적으로 가장 고된 악장이다. 악보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더 조용하고 더 느리게 연주하라는 표기에 따라 앞선 30분 동안 이어지던 선율의 울림이 점점 가늘어져서 거미줄이 되고, 결국에는 양자(量子) 수준으로 음악적 재료가 증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브루노 발터와 레너드 번스타인 같은 지휘자들은 이 작품을 생에 대한 말러의 단단한 집착,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을 침묵에 넘기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연주했다. 연주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단서를 더 주기라도 하듯 맨 마지막 마디에 보면 ersterbend, 즉 '죽어감'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 말러 교향곡 제9번의 마지막 부분, 마지막 마디에  ersterbend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 작품은 듣기에도 연주하기에도 위험한 음악이다. 청중 가운데 단 한 명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섬세하게 짜 맞춰진 소리와 기억이 망가지고 만다. 휴대폰 벨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단 한 번 의 기침 소리, 단 한 번의 발소리로도 순간의 힘이 무너질 수 있다.

    연주자들에게는 훨씬 혹독하다. 악기를 연주하는 동작에 극도의 세심함이 요구된다. 현악 주자들이 활을 그어대는 떨림이 소리로 그대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가장 조용한 수준으로 통제되지 않으면 침묵에 상처를 줄 수 있다. 본의 아니게 손이나 팔이 미끄러진다거나 숨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면 음악적 시간을 나타내는 악절의 분위기가 망가진다.

    하지만 이것은 이 대목에서 말러가 연주자들에게 요구하는 것 일 뿐, 음악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이 연약한 현상적 특질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 앞선 80분의 연주에서도 이와 똑같은 집중력과 성격이 드러나야 한다. 앞선 세 악장과 마지막 악장의 4분의 3이 말러가 요구하는 강렬함에 미치지 못하면, 그가 살아서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의 마지막은 음악과 인간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여정이 아니라 그저 느리고 조용한 마무리로 들릴 뿐이다.

https://youtu.be/udhHFt--10Q?si=EAqljkIbVXVeXMfE

 
2024.02.12 - [Music Story] - 말러 교향곡 제6번 피날레(Mahler Symphony No. 6 Finale)

말러 교향곡 제6번 피날레(Mahler Symphony No. 6 Finale)

말러의 교향곡 악장 가운데 가장 길고 복잡하고 극적인 6번의 피날레. 마지막 악장은 파국의 음악적 우주를 나아가는 거대한 여행과도 같아서 교향곡의 마지막 부분이 일그러진 프리즘에 비쳐

zeo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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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hler's Symphony No. 9 is "Reflection on Death." He praises life in the lively and dynamic climax of the first movement, but when he reaches the last movement, he leads to death with an overwhelming song.


    The finale of Symphony No. 9 is the slowest and most emotionally arduous movement of Mahler's work. If you look at the last page of the score, you can see that the sound of the melody, which continued for the previous 30 minutes according to the notation to play quieter and slower, gradually narrows into a web, and eventually, the musical material evaporates to the quantum level.


    Conductors such as Bruno Walter and Leonard Bernstein understood and performed this work as an expression of Mahler's strong obsession with life and his determination not to leave the music silent until the last moment. As if giving more clues to the work to the performers, it is marked as 'ersterbend' in the last measure, 'esterbend' means dying.


    This piece of music is dangerous to listen to and play. Even if only one audience member is distracted, the delicately planned sound and memory will be destroyed. A single cough or a single footsteps, not to mention a cell phone ringtone, can destroy the power of a moment.


    It is much more severe for performers. Extreme meticulousness is required in the movement of a musical instrument. This is because the tremors in which string players draw their bow are expressed through sound. If not controlled to the quietest level, silence can be hurt. If hands or arms slip or breathing is heard unintentionally, the mood of the syllable indicating musical time is ruined.

    However, this is just what Mahler demands from the performers in this passage, and it takes more than that to properly realize this fragile phenomenal quality unprecedented in music history. The same concentration and character should be revealed in the previous 80 minutes of performance. If the previous three and three-quarters of the last movements do not meet Mahler's demands for intensity, the end of the last symphony he completed alive sounds like a slow and quiet end, not a journey to push music and human possibilities to the li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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