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을 듣노라면 나는 철학자가 된다. 평상시보다 더 깊이, 더 현실적인 철학자가 된다. 이런 대작이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가능했을까? 비제로 인해 나는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음악가, 그리고 더 나은 청중이 된다." - 니체
오페라의 배경은 1820년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주도 세비야이다. 바스크 출신의 돈 호세는 모친이 점지해준 미카엘라라는 착한 처녀와 결혼을 생각하는 성실한 경비병이다. 그런데 담배 공장에서 일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은 모든 남자가 그녀 주변으로 몰려드는 가운데 유독 자신에게 무관심한 돈 호세에게 꽃을 던진다. 게다가 여공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체포되자 노골적으로 돈 호세에게 도망치게 해달라고 유혹한다. 결국 돈 호세는 여자의 꼬임에 넘어가고, 죄수를 놓친 혐의로 영창에 간다. 감옥에서 풀려나자마자 돈 호세는 카르멘이 알려준 술집을 찾아가 시들어버린 꽃을 여자 앞에 내보이며 사랑을 호소한다. 그러다가 직속상관과 시비가 붙는 바람에 귀대를 포기하고 밀수업에 가담한 카르멘을 따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 하지만 카르멘에게 사랑의 유효 기간은 지극히 짧다. 돈 호세 이전에도 여러 남자와 사랑을 나누었지만 금방 차버리기 일쑤였고 돈 호세에게도 몇 달 만에 싫증을 느끼고 만다. 대신 세비야의 유명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새 연인으로 맞아 투우장으로 향한다. 친구들은 돈 호세를 조심하라고 경고하지만 카르멘은 피하려 하지 않는다. 모습을 드러낸 돈 호세는 다시 돌아오라고 애걸하지만 카르멘은 그 말을 무시하며 자신을 가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격분한 호세는 카르멘을 찌르고, 쓰러진 여인의 시신 위에 몸을 던져 통곡한다.
<카르멘>은 음악적인 다양성으로 유명하다. 쿠바의 아바나에서 들어온 담뱃잎을 가공하는 세비야의 공장 앞 광장에서 카르멘은 쿠바 풍의 사랑 노래로 남자들을 매혹시키고, 2막의 술집에서는 전형적인 스페인 집시의 멜로디로 무아의 경지에 도달한다. 그런가 하면 미카엘라의 노래는 가장 고아한 프랑스 분위기에 물들어 있다. 조역인 밀수꾼, 집시 여인들이 어우러져 부르는 중창들은 절묘한 화음이 일품이다. 이 오페라에 매혹된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오페라 <스페이드 퀸>의 첫 부분에 아이들이 군인 흉내를 내는 <카르멘>의 개시부를 모방했다. 그런가 하면 그 유명한 1막 전주곡과 막 사이의 간주곡(또는 각막의 전주곡으로 불리기도 한다)들은 가장 인상적인 관현악 소품들이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이 오페라의 선율로 기악곡을 작곡하고, 수많은 안무가들이 이 오페라에 의한 발레를 만든 것은 <카르멘>이 그만큼 놀라운 상상력의 원천임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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