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주최자는 곧 그 축제의 주인이다. 축제 수요자들은 손님으로 와서 축제를 즐긴다. 하지만 성공한 축제는 수요자들이 마치 주인과 같은 기분으로 축제를 즐기게 한다. 스스로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다.
축제가 만들어지는 계기는 다양하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민들의 여가 활동이나 자부심 고양 혹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한두 사람의 개인적인 관심과 열정이 모여 시작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축제가 커져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 공공과 민간 영역 간에 일정한 협력과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게 된다.
공공 부문에서 처음 시작한 축제라 하더라도 민간 부문에서 프로그래밍, 기업 협찬, 자원봉사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가 이루어지며, 민간 부문에서 시작했더라도 공공 부문에서 재정 지원, 기반 시설 장비 등 직간접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최종 책임을 지면서 축제를 기획하는 주체, 즉 축제의 주최자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하 주최자에 따라 축제는 관 주도형 축제와 민간 주도형 축제로 구분할 수 있다.
▲부산불꽃축제
관 주도형 축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직접 주도해 주최하는 축제이다. 국내에서 관 주도형 축제의 모태라면 1980년대 초반 <국풍 81>을 들 수 있다. 당시 억압적인 정치 분위기 속에서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프로그램 면에서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물량 중심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동원행사였다.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전통은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단체의 실시와 함께 전국의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나쁜 본보기가 되었다. 당시 새로 만들어진 지역 축제들은 대개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 혹은 과시적 의도로 만들어져 빈약한 프로그램에 천편일률적인 먹을거리 장터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관 주도형으로 만들어진 지역 축제 중에도 차별화 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운영 전문성 확보 및 민간 부문과의 효율적 협력체제 구축으로 인해 성공한 축제도 많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과천 한마당축제, 통영 국제음악제 같은 행사가 대표적이다.
서구에서도 도시 재개발이나 정체성 확보 혹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방정부 중심으로 기획된 축제들이 많다. 따라서 관이 주도해 만든 축제라며 미리부터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 만드는 방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 주도형 축제는 민간 주도형 축제와는 달리 정책적인 지원 기반이 탄탄해 안정적인 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매우 효과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다. 즉 민간 주도형 축제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진형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령머드축제
이라한 관 주도형 축제가 성과를 내기 위한 핵심은, 창의적인 기획 역량의 확보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구축이다. 관 주도형 축제라고 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프로그램 기확가지 맡지는 않는다. 대개는 자문회의나 연구용역을 통해 축제의 기본방향 정도를 설정한 뒤 전문적인 기획 역량의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예술감독을 선임하여 전체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긴다. 그러나 때로는 예술감독과 선임기관 간의 갈들으로 축제 자체가 좌표를 잃고 흔들리기도 한다. 따라서 우선은 역량 있는 예술감독을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후에는 예술감독과 선임기관 간에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예술감독의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문서화하여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술감독의 선임이 이루어지더라도 실제로 축제를 조직ㄱ화하여 진행하는 사무국 기능이 필요하다. 소규모 축제이거나 행정 절차가 중요한 축제의 경우 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별도 사무국을 만들어 집행을 위임한다. 이러한 사무국은 대개 초기에는 정부에서 임시로 파견한 공무원과 외부에서 충원한 계약직 직원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정부에서 관련 산하단체에 행사 주관을 맡김으로써 사무국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밖에 민간 기획사에세 구체적인 축제 내용의 구성과 예술가 섭외 등을 맡기기도 한다.
그러나 축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정례화 되면 광주비엔날레처럼 축제 사무국을 별도 재단 형식으로 독립시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즉 처음에는 관 주도형 축제로 시작해 축제 지획에서 진행가지 정부가 중심 역할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부는 후원 역할만 맡고 님가의 자율적 역할을 확대하여 점차 민간 주도형 축제로 전환시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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