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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알면 알수록 개가 좋아진다.
- 에릭 사티 -
사티는 동물을 좋아했다. 1912년에는 개를 위해 전주곡을 썼을 정도다.
'Préludes flasques(pour un chien)'는 일반적으로 '(개를 위한)흐물흐물한 전주곡' '느즈러진 전주곡'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흐물흐물한' '느즈러진' 보다는 '종잡을 수 없는' '(손에) 엉겨 붙는' '애매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티는 드뷔시의 <전주곡>(제1권은 1910년에 출판)을 염두에 두고 '인상주의'라 일컬어진, 안개처럼 애매모호한 드뷔시의 서법을 의식하여 일부러 '애매한' 전주곡을 쓴 것이다. 여기에는 청중의 귀에 '엉겨 붙는' 기분 나쁜 음악이라는 함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곡은 '개를 위한' 음악이다.' 어느 한 마리의 개를 위한'이라는 의미다. 개는 누구일까? 사티? 혹은 드뷔시?
이 '한 마리의 개를 위한, 종잡을 수 없는, 엉겨 붙는 전주곡'은 드뷔시의 <전주곡>처럼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제2권에는 '진짜'라는 말이 추가된다). 제1권의 제2곡에는 '냉소적 전원가 Idylle cynique'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 또한 프랑스어 '냉소적 cynique'의 라틴어 어원에 '개[犬]의'라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말장난이다(고대 로마의 '견유학파犬儒學派'를 떠올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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