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궁정 사회를 믿고 온 모차르트에게 있어서 귀족사회의 몰락을 재촉하는 혁명 전야의 파리는 그의 3월 일기처럼 스산하고 냉랭한 곳이었다. 그는 이런 파리의 분위기를 편지로 아버지에게 전한다.
..... 파리는 몹시도 변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15년 전과 같은 예의를 지니고 있지 않아요.
지금은 거의 무례할 정도여서 혐오감을 자아내게 합니다.
모차르트의 환멸의 예감은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파리에 도착한 지 3개월에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그는 친구에게 '절대 비밀'이라는 서두로
벗이여, 나와 함께 슬퍼해 다오.
일생에서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었다.
이렇게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은 자정을 넘은 밤의 두 시.
들어다오.
어머니가,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아버지에게는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병세가 매우 좋지 않으나 돌아가실 것 같지는 않다, 하나님께 기도를 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자기의 교향곡이 연주되었는데 평판이 좋았다, 무신론자요 망나니 같은 볼테르가 개처럼 죽었으니 천벌을 받은 것이다'라는 둥 횡설수설을 늘어놓았다.
낯선 타향에서 어머니의 시신과 단 둘이 있다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이렇게 양극을 달린 모차르트의 심상(心象)에 대해서 음악학자는 음악학자대로, 심리학자는 심리학자대로 구구한 논의가 그치지 않지만, 내가 보기에는 '우는 것이 싫어서 웃지요'하는 익살광대의 철학이 모차르트의 철학이 아닌가 한다. 사실 그것은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이기도 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표면적으로 명징(明澄)하고, 쾌활하고, 감미로움에 싸여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듣고 기분이 들뜰만큼 유쾌해지기만 한다면 그는 둔감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내면의 슬픔이 깃들지 않은 모차르트의 음악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장조조차도 고삐를 놓고 쾌활할 수는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 쓴 작품인 피아노 소나타 a단조 K.310은 모차르트의 수많은 작품 중 전기적인 배경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곡에 해당한다.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빠르고 장엄하게)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한다.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콘 에스프레시오네(느리게 노래하듯, 표정을 담아)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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