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 우뚝 솟은 잘츠부르크의 고성에 저녁 놀이 비낄 무렵, 레지덴츠 광장의 종루에서는 종들이 맑은 음향의 노래를 아낌없이 아담한 고도(古都)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광장에 내려앉아서 혹은 분수와 희롱하고 혹은 땅을 쪼으며 먹이를 찾던 비둘기들도 음악 소리를 알아들는지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종루와 청사의 지붕을 향해 날아 올랐다.
6시, 해가 서쪽으로 저물고 있다. 여인들은 저녁 준비에 바쁘고 남자들은 집으로 돌아가느라고 바쁜 시간이다. 잘츠부르크에서도 가장 번화한 상점가인 게트라이드 가세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돌을 깐 고도의 좁은 길은 발자국 소리로 한 동안 더욱 요란할 수 밖에 없다.
잘츠부르크 선제후의 궁정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봉직하고 있는 레오폴드 모차르트도 그 군중 속에 섞여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오늘 저녁 다시 궁정으로 들어가서 연회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 바이올린을 켜야 할 생각을 하면서 이 번화한 게트라이드 가세 9번지에 있는 자기 집의 문을 들어섰다.
레오폴드의 집은 아래 층에 주방이 있고 윗층에 거실, 침실, 서재, 그리고 손님을 맞을 수 있는 응접실이 있는 아파트였다. 서재로 들어간 그의 눈에 바닥에 덜어져 구르는 오선지가 들어왔다. 그 오선지 위에는 서투른 필적의 음표들이 그려져 있었다.
"난네를. 난네를!"
레오폴드는 언성을 높여 여덟 살 난 딸의 이름을 불렀다.
때는 1760년, 그때만 하더라도 오선지는 귀중품에 속했다. 지금에 비해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비싼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장난을 해 놓다니......
어린 딸이 왔다. 모두가 난네를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마리아 안나(Maria Anna Walburga Ignatia Mozart)였다.
"누가 이런 장난을 하라고 했어?"
화가 난 아버지는 오선지를 어린 딸의 코 앞에 들이밀었다.
"아니야..., 난 몰라요. 어쩌면 볼프강이 그랬을 거에요. 아까 이 방에서 부스럭거렸으니까......"
"뭐? 볼프강이?"
'네 살짜리가?'라고 생각하면서 무심코 그는 오선지 위에 삐뚤삐뚤 끄적거려진 음표들을 흩어보았다.
'아니, 이것은 하루 세 번 레지덴츠 광장에 울려 퍼지는 멜로디!'
이제 겨우 네 살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글을 배우기 전에 누나의 어깨 너머로 악보를 읽는 법을 알아내 밖에서 들려온 종의 선율을 오선지에 옮겨 놓은 것이다. 레오폴드는 "음!"하고 소리 아닌 소리로 코를 울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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