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G.F Handel, 1685~1759)의 유명한 작품 《수상음악(Water Music)》은 18세기 초 영국 왕실의 뱃놀이 연회가 열렸을 때 연주되었던 곡이다. ‘음악의 어머니’라고 불리우는 헨델은 바흐와 동갑인 독일의 작곡가로 1710년 6월부터 하노버의 게오르그 선제후(選帝侯) 악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의 하노버에서는 그의 주특기인 ‘오페라 솜씨’를 마음껏 발휘할 수가 없었다. 헨델은 악장에 취임하고 얼마 안 되어 1년의 휴가를 얻어 영국 런던으로 건너갔다. 영국에서 헨델의 음악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성공 후에 일단은 하노버로 다시 돌아왔으나 15개월 후 재차 휴가를 얻어 또 한번 영국 땅을 밟았다.
이번에도 그의 음악은 크게 호평을 받았고, 국왕인 앤 여왕의 총애를 받은 후 런던이 완전히 마음에 든 헨델은 휴가가 끝난 후에도 귀국 명령을 무시하고 독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714년 49세의 앤 여왕이 갑자기 사망했다. 이후 그가 이제까지 의리를 저버리는 일을 거듭해 왔던 하노버의 게오르그 선제후가 영국의 왕위를 물려받아 조지 1세가 되었다.
헨델은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새로운 국왕의 노여움을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던 헨델은 1717년 여름 템즈 강에서 국왕의 뱃놀이 연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헨델의 친구인 킬만세기 남작은 이때를 이용해 새로운 곡을 작곡해서 조지 1세 앞에서 연주해 볼 것을 권했다. 이런 창작배경을 가진 헨델의 《수상음악》은 3개의 모음곡으로 이루어진 관현악 악장들의 조합이다. 1717년 7월 17일 여름 런던의 템즈강에서 초연됐다.
헨델과 함께 배에 탄 50명의 연주자들이 조지 1세가 탑승하고 있는 왕의 배 근처를 맴돌며 이 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조지 1세는 헨델의 《수상음악》에 대단히 만족해했다. 램버스(Lambeth)에서 출발해 첼시(Chelsea)에 도착할 때까지 배가 왕복하는 약 한 시간 동안 3차례 - 갈 때 두 번, 돌아올 때 한 번- 연속으로 연주를 주문했다고 한다.
왕은 작곡자가 헨델이라는 것을 알고는 과거의 섭섭함을 흔쾌히 털어버렸고, 이후 앤 여왕 이상으로 헨델을 우대했다고 한다.
템즈 강에서 헨델(좌)과 조지 1세(우). 에두아르 장 콘라드 함만(Edouard Jean Conrad Hamman) 作
작곡의 유래 그 자체에도 진위를 알 수 없는 면이 있으나, 영국 왕실의 뱃놀이 연회는 1715년과 1717년, 1736년의 3회에 걸쳐서 개최되었다. 그 당시 헨델이 작곡한 음악을 모은 것이 오늘날 《수상음악》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부 스무 곡 남짓한 소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시 유행한 춤곡을 모은 합주협주곡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야외에서 연주되는 음악처럼 낭랑한 울림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현악합주 외에도 혼이나 트럼펫 같은 금관악기와 플루트, 오보에 등 목관악기가 각각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남성적인 강인함과 여성적인 차분한 정서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영국적 혹은 독일적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산뜻한 이탈리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또한 거대한 뱃놀이의 선상 연주를 위해 바로크 오케스트라에 사용되는 모든 악기들이 배에 실렸다고 한다. 단, 하프시코드는 그 크기로 인해 선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악장에 따라 주도적인 악기들이 달라지지만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대의 플루트, 두 대의 오보에, 한 대의 바순, 두 대의 호른, 두 대의 트럼펫, 현악기와 콘티누오가 필요하다. 이러한 악기 구성으로 야외 연주에서 좀 더 효과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수상음악》의 일부는 좀 더 작은 편성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악보로 보전되기도 했지만 작은 편성의 오케스트라 버전은 야외 공연에는 부적합하다.
그러나 당시 뱃놀이에서는 이와는 다른 배열로 연주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조지 1세 앞에서 연주되었을 때는 왕이 탄 배와 놓여있는 거리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서 연주 스타일과 곡목이 정해졌다고 한다. 즉, 왕의 배와 가까이 접근했을때는 느리고 조용한 음악을, 왕의 배와 멀어졌을 때는 좀더 크고 강인하고 빠른 음악을 연주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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