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은 1775년 그의 나이 43세 때부터 69세인 1801년에 걸쳐서 4곡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하였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원숙한 작법에 이른 그의 교향곡의 경우에서처럼 오라토리오에서도 양식의 변천을 볼 수 있음이 흥미롭다.
하이든의 최초의 오라토리오인 <토비아의 귀환 Il Ritorno di Tobia> Hob. XXI-1(1775년)에서는 바흐나 헨델의 작품이 거의 연주되지 않았던 비인의 음악 전통 아래서 작곡에 착수하였기에 나폴리 악파의 오라토리오 양식에 따르고 있다. 이 <토비아의 귀환 Il Ritorno di Tobia>은 그의 오라토리오 중 유일한 이탈리아어 대본에 의한 것으로 당시 비인에서 유행하던 화려한 콜로라투라로 꾸며진 아리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오라토리오는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의 최후의 칠언> Hob. XX-2(1796)으로 강렬한 감정의 표출로 일관된 걸작인데, 이 곡은 하이든이 1785년에 작곡한 관현악곡을 프리이베르트(Josef Friebert)에 의한 칸타타 편곡을 참고로 하여 오라토리오로 개작한 것이다. 이 독일어 대본에 의한 오라토리오는 양식적으로는 북독일 악파의 영향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탈리아와 독일 오라토리오 양식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작곡경험은 만년의 2대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와 <사계(四季)>를 탄생케 한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2대 오라토리오의 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동기는 1791년부터 1795년에 걸친 두 차례의 런던 여행이라 할 것이다. 당시, 런던에서는 헨델의 오라토리오가 빈번히 상연되어 하이든도 여러 번 그 연주회에 참석하였었다.
그러나 하이든의 수첩에 있는 기록을 보면 첫 번째 런던 방문 중이었던 1792년 5월 31일 성 마가렛 교회에서 있었던 <메시아>에 대한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이 없는 반면, 전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의 연주 때는 885명이 참가하였고, 이번에는 800명 그리고 실제 연주회 때는 2000여명으로 행해졌다고 적고 있다. 이 기록을 볼 때 29년에 걸쳐서 에스테르하지 후작가의 20여명의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상대로 창작활동을 계속해 온 하이든을 매료시킨 것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공연에서 본 독창, 대편성의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된 거대한 표현 수단과 압도적인 효과였던 것 같다.
우리는 여기서 하이든의 2대 오라토리오가 우리 곁에 있게 된 또 하나의 요인을 관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로 비인의 음악 애호가인 반 스비이텐 남작(Gottfried Bernhard van Swieten, 1733~1803)이다. 그는 당시 비인에서는 거의 알려지지도 연주되지도 않았던 바흐와 헨델의 작품을 애호하였고, 자신도 작곡을 하던, 그리고 특히 오라토리오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스비이텐 남작은 하이든의 좋은 협력자가 되었으며, 그가 바로 <천지창조>와 <사계>의 대본을 쓴 장본인이다. 그의 자필원고 대본에는 작곡상의 상세한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 하이든은 통상적으로 누군가의 주문에 의해 작곡을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2대 오라토리오는 자발적으로 작곡된 작품으로 하이든 자신의 오라토리오 창작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곡들은 하이든이 오랫동안 성공을 바랬던 비인에서 초연되었다.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와 <사계(四季)>를 일관하는 최대의 특색은 형식주의를 배제한 가사와 음악의 밀접한 결합에 의한 독창, 중창, 합창의 자유로운 융화나 오케스트라에 의한 돋보이는 정경의 묘사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하이든이 미사곡을 비롯한 종교음악이나, 교향곡 등의 기악 분야에서 다져온 작곡기법에 오페라 분야에서 실행했던 화려한 이탈리아 풍에서 소박한 독일 풍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선율미를 더해 가사의 내용에 부합하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그의 오랜 세월에 걸친 창작활동 가운데 축적된 갖가지 요소들이 대위법적 수법을 화성적 수법으로 동화시킨 원숙한 작법 아래 통합체로 집대성된 음악이 바로 <천지창조>와 <사계(四季)>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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