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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

음악과 뇌

by 정마에Zeongmae 201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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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면 교수는 음악과 뇌를 연구한다. 작곡과에서 음악이론을 공부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 때문에 심리학과에 재입학했다. 미국에서 만난 뇌과학은 그를 인간에 대한 근본적 통찰로 이끌었다. 음악신경과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은 이렇게 완성됐다.

당신은 아이가 있나? 음악을 즐겨 듣는가? 노래를 잘 부르고 싶은가? 혹시 절대음감이 있나?

위의 질문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이경면(39)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BK조교수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이 교수는 소리와 뇌, 음악과 뇌 활동을 연구한다. 서울대에서 음악이론·심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뇌가 소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음악이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등을 연구한다. 거의 모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국내에 음악신경과학자는 드물다. 국제학회 ‘뉴로사이언스 앤드 뮤직(Neuroscience and Music)’도 2000년대 중반에야 시작됐을 정도다. 이 교수는 “뇌 연구는 시각이 먼저 됐고, 그 다음이 청각이다. 청각 중에서도 언어 연구가 끝나고 음악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개척 분야라는 말에 마음 놓고 우문(愚問)을 던졌다. 이 교수는 각 경우에 맞는 답을 줬다.


🎵아이에게

- 어린아이에게 음악이 정말 좋은가?

“최근 많은 신경과학 논문이 음악 교육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특히 오케스트라 활동에 대한 것이 많다. 오케스트라에서 2년여 동안 악기 연주를 한 학생들의 뇌파를 측정했더니 말소리에 대한 뇌 반응이 다르게 나왔다. 우리말 음절로 바꿔 설명하면 ‘바’ ‘다’ ‘가’를 더 정확하게 구별했다. 소리의 음향학적 특징을 정확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 그 정도 구분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닌가.

“아이에게 음악을 가르치면 정서에 좋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뇌 반응이 바뀐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언어를 잘하려면 뇌가 소리를 잘 구분해 놓아야 한다. 아무리 문법을 잘 알아도 ‘R’과 ‘L’을 확실히 구분하지 못하면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음악 교육을 통해 분류 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다.”

- 몇 년 이상 가르쳐야 효과가 있나.

“길수록 좋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작하는 나이다. 음악 교육으로 뇌를 바꿀 수 있는 나이에 상한선이 있다. 많은 논문의 결론이 만 7세로 모아지고 있다. 7세 이전에 음악 교육을 시작해야 뇌의 생김새가 달라진다는 거다.”

- 음악 교육으로 무엇이 바뀌기 때문인가.

“뇌를 구성하는 뉴런이 달라진다. 뉴런끼리 신호를 주고받을 때의 효율성이 올라갔다. 특정 뉴런 다발이 커지거나 굵어지기도 한다.”

- 뉴런은 왜 변화하나.

“반복 때문이다. 음악을 반복해 들으면 통계적 학습이 일어난다. 모국어 문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슷하다. 계속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음악도 자꾸 들으면 규칙성을 알게 된다. 음악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도 할 수 있다. 뉴런들끼리 연결망을 만들고 다듬었기 때문이다.”

- 아이에게 클래식 음악이 가장 좋은가.

“아니다. 어떤 음악이든 틀어놓는 게 좋다. 다양한 음악일수록 좋다.”

-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수학 점수가 올라간다는 식의 이론은 뭔가.

 “1990년대에 나온 모차르트 효과 말인가. 계속 연구 중이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특정 요인만 골라내기는 힘들다. 음악 훈련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부모가 신경을 더 쓰는 경우가 많다. 음악뿐 아니라 수학·체육을 다 훈련 받은 케이스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음악만 한 아이들은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모차르트 효과를 얘기하기는 조심스럽다.”


 
🎹음악 애호가에게

- 아침에 들은 음악이 자꾸 맴돈다. 이유가 뭔가.

“‘귀벌레(earworm)’다. 실제로 노래도 안 하고 듣지도 않는데 들린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현상을 연구할수록 ‘뇌벌레(brainworm)’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을 겪을 때 뇌 사진을 찍어보면 실제로 소리 들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청각피질)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상상만 하는데 뇌는 실제로 듣고 있는 거다. 귀보다 뇌가 음악을 잘 듣는 경우다.”

- 왜 의지와 상관없이 뇌가 일을 하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가 더 돼야 한다. 그 원인을 알면 ‘귀벌레’ 가 나타나지 않도록 스위치를 끌 수도 있다. 이는 곧 이명(耳鳴) 치료로 연결될 수 있다.”

- 나의 음악 취향도 뇌가 결정하나.

“좋다는 감정도 뇌로 설명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 음악을 들을 때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측정됐다. 초콜릿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와 똑같은 메커니즘이다.”

- 대부분의 사람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음악의 특성이 있나.

“예를 들면 ‘도’와 ‘레’가 함께 울릴 때보다는 ‘도’와 ‘미’가 함께 울릴 때 편안하게 생각한다. ‘도 레’가 울리면, 즉 불협화음에는 뇌파가 다르게 반응한다. 불협화음과 협화음을 구분하는 사람의 능력이 보편적이라는 뜻이다.”

- 원인이 뭔가.

“여러 이론이 있다. 우선 사람 목소리, 자연의 소리에 들어 있는 주파수 성분이 협화음의 주파수 성분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이론은 협화음을 뇌가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람 목소리, 자연 소리를 전혀 듣지 않도록 한 아기 원숭이도 협화음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연구됐기 때문이다. 나는 두 번째 이론을 더 지지한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싶다면

- 음치의 뇌가 따로 있나.

“음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선 듣는 데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귀가 안 들릴 수도 있지만 뇌가 못 들을 수도 있다. ‘도’와 ‘레’를 똑같다고 처리하는 뇌가 있다. 또 뇌가 성대를 둔하게 컨트롤하는 탓일 수도 있다.”

- 반대로 ‘노래 잘하는 뇌’도 있을 텐데.


“절대음감의 뇌는 분명히 있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좌반구 상측두회’와 ‘중측두회’를 연결하는 신경 다발이 굵은 것으로 연구됐다. 쉽게 말해 소리를 처리하는 부위와 음 이름을 떠올리는 부위 사이에 더 넓은 도로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빠르고 정확하게 작동이 된다.”

- 선천적으로 굵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신경 다발은 학습의 결과로 굵어질 수 있다. 한 논문은 서양보다 아시아계, 특히 한·중·일 학생 중에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고했다. 중국어에 성조가 있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학습의 효과로 밝혀졌다. 이 지역의 조기 교육열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음과 음 이름을 매칭시키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뇌가 발달했을 것이다.”

- 음악가의 뇌는 대체로 어떻게 생겼나.

“좌뇌·우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 corpus callosum)이 굵다. 양손을 쓰기 때문이다. 또 시각·청각·운동 부위도 잘 결합돼 있다. 동시에 악보를 보면서 귀로 듣고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음악가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의 뇌는 다르다. 바이올린의 소리가 더 높은 음이기 때문이다. 바이올리니스트는 고주파에 더 잘 반응하도록 뇌 모양이 바뀌어 있다.”

- 결론은? 음악가들 머리가 좋다는 건가?

“위험한 얘기다.(웃음) 똑똑함에는 너무 많은 요소가 있다. 다만 기사에 이렇게는 쓸 수 있겠다. 요즘 대세가 뉴로 에듀케이션(Neuro Education, 신경교육학)이다. 공부를 신경학적으로 설명하는 시대다. 지식을 저장하는 공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지식·정보는 인터넷에 얼마든지 있다. 대신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뉴런을 바꾼다는 점이 중요하다. 뇌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음악이다. 심리학·교육학·음악학, 그리고 미학까지 모두 뇌로 모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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