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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1번 d 단조 Op.13

by 정마에Zeongmae 202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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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1번 d단조, Op.13》은 음악회 프로그램에 드물게 오르는 교향곡이다. 한편으로는 애석한 현실이기도 한데, 우람한 낭만주의의 위용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에게 온갖 색채와 표현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20대의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evich Rachmaninov , 1873~1943)

 

   189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1번은 작곡가의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재앙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스승이자 작곡가인 알렉산드로 글라주노프가 지휘를 맡았는데, 그는 아마도 술을 마신 듯했으며, 오케스트라는 절망적이게도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어이없게도 글라주노프는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곳곳을 잘라냈다. 그는 통탄할 수준의 연주로도 부족하다는 듯 "감정은 풍부하지만 (······) 그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라흐마니노프는 뒤죽박죽 엉망인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 거기에 더해 라흐마니노프는 동료 작곡가 세자르 큐이의 치욕적인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만약 지옥에 음악원이 있다면, 그리고 재능 있는 한 학생이 애굽의 열 가지 재앙 이야기를 바탕으로 표제 교향곡을 작곡해야 한다면, 그래서 라흐마니노프와 같은 교향곡을 작곡했다면, 그는 자신의 임무를 멋지게 수행해서 지옥의 주민들에게 환영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음악은 불쾌한 인산을 남길 뿐이다. 변칙적인 리듬, 모호한 형식, 짧은 단락의 무의미한 반복, 오케스트라의 꽉 막힌 소리, 뻣뻣하게 울려대는 관악기 소리, 무엇보다 엇나간 화음과 모호한 선율 윤곽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선율과 주제가 극도로 부족하다."

세자르 안토노비치 큐이 (1835~1918)

   라흐마니노프는 이때의 충격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어 크나큰 침체기에 빠져 3년 동안 작곡을 하지 못했다. 1901년에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그가 다음으로 작곡한 작품이었다. 《교향곡 제1번 d단조, Op.13》은 그가 죽고 2년이 지난 1945년에야 다시 연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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