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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아들의 임관식

by 정마에Zeongmae 2018.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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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큰 아들의 ROTC 임관식이 있었다.
아들은 학교에서 단체로 출발한다 하여 새벽녁에 데려다 주고 돌아와 잠시 쉬고 임관식이 열리는 괴산으로 향했다.
흐린 아침, 일기예보는 비가 조금 내린다고 한다.
음성을 거쳐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지정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에 오르니 선탑한 안내 장교가 아들이 교육 훈련을 받은 교장들을 한 바퀴 돌아 행사장인 연병장으로 간다고 한다.
사격장, 각개전투 교장, 화생방 교육장, 유격장 등을 지나는데 아들이 이곳에서 질렀던 함성이 귀에 스친다.
고개를 넘으니 고개마루에 커다란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멘 군장의 무게는 아버지의 어깨보다 가볍다."

​울컥하니 눈가에 촉촉함이 올라온다. 이 고개를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했으리라..... 내겐 마냥 귀여운 아기인데......

버스에서 내려 임관식이 열리는 연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다들 우산을 받쳐든다.
연병장에선 태권도시범단의 시범이 한창이다. 시범단 장병들의 함성이 커지는만큼 비바람이 거세진다.
임관식이 시작될 시간이 되자 비는 봄비의 수준을 이미 넘었다.
마치 장마철 장대비 같은 비가 우산을 두둘긴다.
그 비를 뚫고 임관하는 생도들이 연병장으로 행진을 해 들어온다. 기수단을 선두로 제1제대부터 제20제대까지 약 4,000여명의 신임 장교들이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어 연병장을 메웠다.
그 세찬 비바람에 한 치의 미동도 없이 한시간 반을 서있는 나의 아들, 그저 여리고 순한 아이인 줄로만 알았더니 어느 새 이렇게 이 나라의 호국간성이 되었다. 아들의 우렁찬 함성이 비를 뚫고 땅과 하늘을 채운다. 멋지다 아들!


임관식을 마친 아이들은 얼굴이 파리해져 부모를 찾는다. 우의도 안 입고 그 비를 온전히 온몸으로 받아냈으니 어찌 파리하지 않을까....
장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우의만이라도 입혀서 행사를 하지....’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세찬 바람과 장대비로 사진 한 장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그래도 비가 마냥 원망스럽지는 않다. 이제 이 비로 새싹이 돋아나리니 세상이 푸르름으로 뒤덮히리라. 그 푸르름이 퍼짐과 함께 아들의 꿈도 넓게 퍼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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