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창 9:26 상)
이 성경구절에서 '찬송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는 바락(ברכ)이다. 바락의 기본적 의미는 '무릎꿇다' 또는 '축복하다'라는 뜻이다. KJV(King James Version)와 NIV 에는 '찬송하다(praise)'라고 많이 번역되어 있으나, RSV에는 한번도 '찬송하다(praise)'라고 번역되어 있지 않다. 모두 '축복하다(bles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구약에서 축복의 개념은 영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이다. 의롭고 선한 사람은 축복을 받은 사람인데, 그의 축복은 의롭고 선함 자체에 있기보다 하나님께서 그의 충실함에 대한 보답으로 내리신 물질적 풍요로움을 말한다. 하나님께서 첫 사람들과 홍수 후에 내리신 축복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라는 구절과 함께 쓰였다(창 1:28, 9:1). 복의 근원으로 삼은 아브라함에게 있어서도 땅과 후손에 대한 약속은 항상 공식처럼 붙어다닌다(창 12:1, 2).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신 하나님은 인간에게 생육할 수 있는 기능과 그 자손들을 이미 주신 것이다.
즉, 축복한다는 것은 근본적이고 귀한 것을 준다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생명과 관계가 있다. 웹스터 사전에 의하면 영어의 '축복하다(bless)'라는 단어의 어원이 피(blood)인데 피에 생명이 있다는 것은 인류의 공통적인 사상이다.
구약의 물질적 축복은 신약에 와서는 영적인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눈에 보이는 축복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축복을 강조하게 된다. 그러나 신약의 축복 개념의 근간도 '가장 귀한 것을 준다'라는 사상이다.
축복을 받는다는 것은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무엇인가 귀한 것, 중요한 것을 받는 다는 의미이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축복을 준다는 것은 귀한 것을 준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준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준다는 행위는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성숙한 자는 가장 귀한 것을 남에게 주는 사람이다.
창세기 9:26에서 '찬송'의 히브리 원어는 '바락'이고 바락의 본 뜻은 축복한다는 것이며, 축복한다는 것은 귀한 것을 남에게 준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일까?
여기에서 조금 더 정확하게 창 9:26에 쓰인 동사를 보면 '바락'이 아닌 바락의 수동형인 '바룩'이다. '축복하다'가 아닌 '축복되어지다'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 구절을 원문대로 직역한다면 NIV의 번역처럼 '셈의 하나님 여호와가 축복되어진다'가 된다. 하나님이 축복을 베푸시는 주체가 아니라 축복을 받는 객체가 된다.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Blessed be the Lord)" 이 말은 어쩌면 우리를 거북하게 하는 구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님이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행 20:35)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받기만 하는 삶에서 귀한 것을 남에게 줄 줄 아는 삶으로 성장하길 바라신다.
찬양의 대가라 할 수 있는 다윗은 늘 하나님께 축복을 드렸다.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 그를 송축함이 내 입에 계속하리로다"(시 34:1).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내가 하나님께 축복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은 더욱 굉장한 일이다. 다윗이 하나님을 축복했다면 우리도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다.
축복이라는 것이 가장 귀한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라면 우리가 하나님을 찬송한다는 것은 나의 귀한 것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찬양은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를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귀한 것을 바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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