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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

차이콥스키: Francesca da Rimini Op.32(환상곡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by 정마에Zeongmae 202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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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하면 교향곡과 협주곡들이 떠오르겠지만, 흔히 알고있는 1812서곡 외에도 상당수의 오케스르라 작품을 작곡하였다. 이 곡은 그런 곡들 중 차이코프스키의 성숙한 오케스트레이션과 곡 안에 내재된 드라마가 굉장히 극적인 곡으로, 1876107일작곡을 시작하여 1117일에 완성해서 세르게이 타네예프(Sergey Taneyev, 1856~1915)에게 헌정한 단악장의 관현악 모음곡이다. 초연은 187739일 모스크바 러시아 음악협회 연주회에서 루빈슈타인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이 곡의 소재가 된 것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5장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제2관문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사악하고 음란한 자들이 형벌을 받는 곳이다. 이곳에서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되고 말을 거는데, 그녀는 독백조로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왠지 그 이야기가 친숙했던 단테는, 그녀가 프란체스카임을 알게 되며 이 두 사람,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의 지옥살이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여주인공 프란체스카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정략결혼을 하게 되는데 상대 가문은 장남이 꼽추라는 사실을 감추고자 잘생긴 차남인 파올로를 보여준다. 순간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첫날밤에 등장한 사람은 파올로가 아닌 꼽추인 형 지오반니였고 이 사실에 놀란 프란체스카는 파올로와의 밀회를 이어가게 된다. 파울로 역시 결혼을 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조반니가 침실에서 밀회 중인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 계속된다. 배신과 질투에 미친 남편 조반니는 그렇게 두 사람을 살해한다. 그들은 지옥불로 떨어지는 저주를 받게 된다. 그 저주 안에서 그들은 강렬한 폭풍에 휩싸이는데 그 또한 함께 있지 못한다. 그들은 함께 보냈던 잊혀질 수 없는 즐거움과 행복을 회상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현실은 떠나가지 않고, 여전히 지옥 불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고통스러워한다.

 

로댕(A. Rodin)의 입맞춤(The Kiss-Francesca da Rimini)


이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는 단테 이후, 문학, 미술, 음악의 테마로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이 리스트의 단테 교향곡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작품 역시도 음악적이나 주제적인 면에서 리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각 동기의 전개나 클라리넷과 하프의 효과적인 사용이 대표적이다. 부분적으로는 바이에른에 여행 중에 알게 된 바그너의 음악극의 영향도 보인다.


차이콥스키는 단테의 이야기에 따라 음악을 지옥의 묘사’,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의 비애’, 다시 지옥의 묘사장면, 총 세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음악은 저음현과 바순의 무거운 음색과 금관악기의 불안한 선율로 지옥의 묘사를 시작된다. 이 도입부의 선율은 지옥의 사납고 거친 분위기를 묘사하는데 이후에도 계속 사용된다. 이렇게 지옥의 거칠고 험난한 열풍을 묘사한 이후, 음악은 정적을 맞이한다. 곧 클라리넷의 독주 선율이 파울로와 프란체스카의 영혼이 단테에게 다가서고 있음을 표현한다. 파울로와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는 약음기를 단 현의 피치카토에 맞춰 클라리넷 독주가 두 사람의 사랑을 애절하게 노래하다, 이어 바이올린이 서정적인 선율을 이어 연주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계속적으로 묘사되는 중에 정적이 다가오면서 4대의 호른에 의한 다시 불길한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조반니의 격렬한 증오가 표현된다. 현으로 높은 음역에서 하강하며 떨어지면서 두 사람의 숨이 끊어진 것을 묘사한다. 프란체스카와 파울로의 비애부분이 끝나고 나면 다시 지옥의 묘사가 이어진다. 프란체스카와 파울로가 단테의 앞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다시 지옥의 폭풍이 격렬하게 연주되면서 앞서 지옥을 묘사한 부분이 다시 재현된다.


편성은 플루트3(3번은 피콜로와 겸함), 오보에2,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2, 바순2, 호른4, 코넷2, 트럼펫2, 트롬본3, 튜바, 팀파니, 큰북, 심벌즈, 탐탐, 하프, 5부로 되어 있다. 작곡가 스스로는 이 작품에 대해 에피소드에 자극받아 일시적인 파토스로 쓴 박력 없고 재미없는 작품이라고 발라키레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생상스와 한스 폰 뷜로 등에게 절찬 받은 차이콥스키를 대표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이후 많은 평론가, 음악가, 작곡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교향시 장르에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당대의 연주가 녹음으로 남아있지 않지만 이 작품에 진정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사람은 므라빈스키(Evegeny Mravinsky)가 아닐까 싶다.

 


므라빈스키는 차이코프스키의 후기 교향곡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 절대적인 호평을 받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를 레닌그라드의 무대로 올려준 작품은 바로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였다. 1938년 지휘 콩쿠르에서 이 작품을 지휘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는데 당시 므라빈스키가 이 작품을 지휘하는 것을 본 다른 참가자들이 의욕을 상실할 정도였다고 한다. 므라빈스키의 녹음을 들어보면 마치 이 곡이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므라빈스키는 이 작품 안에 사랑과 질투, 분노와 같은 인간의 원천적인 감정을 가감이 없이 표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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