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똑’,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립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 교수였습니다. 이틀 뒤인 11월 20일(화)에 한양대 리사이틀홀에서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마크 그로웰스가 리사이틀을 한다는 소식이었죠. 그것도 전석 초대로~~
혼자만 가서 보기가 아까워 밴드와 카스에 함께 하자고 올렸습니다. 몇몇 분들이 좋은 연주도 관람하고 이참에 얼굴도 보자고 화답해 오셨습니다.
1차로 연주 전에 한 팀과 만남의 시간을, 그리고 다른 팀은 연주 후에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도착,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를 나오는데 본관의 환상적인 조명 장식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요. 당연히 이 장면에서 사진 한 컷 ‘찰칵’~~
많은 사람들이 본관의 장식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발걸음을 옮겨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또 한 컷~, 한양의 상징인 사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지나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주니 박수를 안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멋진 조명이 반겨주었던 본관을 뒤로 하고 언덕을 올라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드디어 리사이틀홀이 있는 음악대학의 제2음악관에 도착했습니다. 카친이신 스티브님과 일행들이 반겨줍니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는 리사이틀홀로 올라갔습니다.
제2음악관 6층에 위치한 리사이틀홀은 예전에는 구관콘서트홀이라 불렸던 아주 낡은 공간이었는데, 새롭게 변신을 했더군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정말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도는 곳이었는데....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이 살짝 부러웠습니다^^
무대에 조명이 밝혀지고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마크 그로웰스’가 첼로와 챔발로 연주자를 앞세우고 나타났습니다(그로웰스에 대한 이야기는 프로그램에 실린 것을 참조하는 것으로~).
첫 곡으로 바흐의 <플루트와 통주저음을 위한 소나타 C장조BWV1033>을 들려주었는데, 챔발로와 바로크 첼로 함께 멋진 하모니를 이루었습니다. 세 연주자가 서로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들려주는 앙상블은 듣는이들을 행복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간만에 무대에서 보게 되는 바로크 첼로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로웰스는 두번째로 세자르 프랑크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소나타>를 들려주었는데, 긴 호흡으로 프레이징을 이어가며 관객을 플루트의 매력에 푹 빠져들도록 했습니다. 이 곡에서도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피아니스트와 미소로 대화하며 각 악장을 이어갔습니다. 그야말로 대가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1부 순서가 마쳐지고 잠시 휴식시간이 되자, 여러분들께서 제게 질문을 합니다.
"지휘자님, 플루트 연주자 발 아래에 있는 까만 것은 무엇이죠? 그로웰스가 움직일 때마다 오른쪽 발 근처로 옮겨 놓던데...."(아래 사진 참조)
많은 분들이 무대에서 처음 보는 생소한 물건이었는지라 궁금하셨나 봅니다.
"아! 그건 아이패드의 디지털 악보를 넘겨주는 풋콘트롤러에요. 악보를 PDF 파일로 저장하고 연주하면서 페이지를 넘길 때 쓰면 편리하죠. 특히 플루트의 경우에는 두 손이 다 연주에 쓰여야 하니 악보 넘기는 것이 조금 불편하거든요. 뭐 다른 악기들도 독주할 때는 비슷한 상황이지만요. 그래서 예전에는 악보를 편집할 때 넘기기 쉽도록-예를 들어 솔로 부분이 쉬는 부분에서- 편집을 했어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누군가가 넘겨줘야 하죠. 그때 넘겨주는 역활을 하는 사람은 대개 학생들이 하게 되는데, 넘순이 또는 넘돌이라고 불렀죠. ㅎㅎ"
답을 들으신 분들은 한결같이 "와~! 이젠 악보 넘기는 것도 첨단이네요. 정말 편리하겠어요. 지휘자님은 지휘할 때 안 쓰시나요?"라고 합니다.
"저는 그냥 손으로 넘기는 것이 편해서요."
1부의 연주가 학구적인 곡들이었다면 2부의 프로그램은 1부 보다는 조금 가볍고 익숙한 것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2부 첫 곡인 프란츠 도플러의 <헝거리 전원 환상곡>은 귀에 익숙한 곡인지라 청중들이 쉽게 연주에 동화되기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 연주되는 소리는 극히 환상적이서 몰입, 또 몰입을 하게 합니다. 특히 전 음역대에서 고르게 울려 퍼지는 플루트의 소리는 어떤 말로도 형언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는데 고음역의 PP는 곡 중간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탄성과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로웰스는 2부 두번째 곡으로 드보르작의 <낭만적 소품 Op.75>를 들려주었는데, 원래 이 작품은 1. Allegro moderato - 2. Allegro maestoso - 3. Allegro appassionato - 4. Larghetto로 구성된 네 개의 낭만적 소품으로 드보르작이 음악친구와 함께 연주할 생각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3중주를 작곡했다가, 며칠 뒤 제2 바이올린 파트를 쉽게 해 네 개의 말라슈코티(바가텔)로 쓴 것입니다. 이것을 다음에 바이올린과 피아노용으로 편곡하여 소품으로 나오자 바이올리니스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죠. 4곡으로 이루어진 낭만적 소품 '카바티나', '카프리치오', '로망스', '엘레지'로 각각 타이틀을 달았던 소품은 하나같이 가락이 화려하며 따로 연주해도 되지만 흔히들 한 세트로 연주하곤 합니다. 비록 작은 곡들이지만 드보르작의 보헤미안적 정서와 낭만이 가득한 작품이에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집안 출신인 카렐 온드리지체크가 이 해 3월 30일 프라하에서 드보르작과 함께 초연했습니다. 이 작품 중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성결대의 고정화 교수가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것으로 다시 편곡하여 그로웰스에게 헌정하였고,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로웰스의 연주는 이 작품이 원래 플루트를 위해 쓰여진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느덧 연주회의 마지막 순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J. 이베르의 <플루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2개의 간주곡>이었는데, 유럽에서의 투어 연주가 인연되어 오랜 음악 동료로 지내온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 교수가 함께 했습니다(바로 이번 리사이틀에 초대를 해 준~).
그런데 사실 이 곡에 대한 정보가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검색을 해 보아도 자료가 전무하고 아마존에 악보가 판매되고 있는 정도였습니다. 물론 작곡가인 자크 이베르(1890~1962)에 대한 지식은 아주 조금 있었지만....
이베르는 파리에서 태어난 프랑스 작곡가입니다. 파리음악원에서 음악을 배웠고, 1919년에 칸타타 <시인과 요정>으로 로마대상을 받아 로마로 유햑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곡한 관현악곡 <기항지>로 유명해졌죠. 1937년 로마에 있는 프랑스 아카데미의 예술감독, 1955년부터 1957년까지는 파리 오페라코미크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로웰스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아주 유쾌하게 이베르의 작품을 연주해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세 명의 연주자들은 급하게 준비된 연주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호흡으로 이베르 음악이 지니고 있는 가벼우면서도 재치있는 선율과 하모니를 매력적으로 들려주었습니다. 그들이 들려준 앙상블이 주는 다채로운 음향은 즉각적으로 '브라보'와 '앙코르'를 외치게 했습니다. 그러나 앙코르 곡은 미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앙코르가 없어도 전혀 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두 시간이 너무나도 황홀하게 지나갔으니까요!!
연주회가 끝나고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또 그 중 몇몇 분들과 한양대 근처의 '나그네파전'(30년도 더 전에, 학교에 다니던 그때에도 있던 집으로 한대 동문들에겐 추억의 장소랍니다)에서 오늘의 연주를 되새기며 가진 즐거운 시간은 덤.
암튼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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