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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무대 위의 작은 거인, 그리고 바톤의 무게 - 딸아이의 베토벤 교향곡 7번 졸업 연주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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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조명이 켜지고, 한 청년 지휘자가 포디움에 올랐다. 내 눈에는 여전히 품 안의 아이 같기만 한 딸아이였다. 그러나 그 아이가 단원들을 향해 바톤을 들어 올리는 순간, 객석에 앉은 나의 호흡도 함께 멈췄다. 관현악 지휘 전공 대학원 졸업 연주회. 그것은 한 명의 연주자가 마에스트라라는 무거운 이름을 짊어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엄격한 통과의례였다.

선택한 곡은 베토벤 교향곡 7번. 흔히 리하르트 바그너가 '무도의 화신(Apotheosis of Dance)'이라 평했을 만큼, 강렬한 리듬과 에너지가 전편을 지배하는 대작이다. 비록 예산과 환경의 제약으로 완벽한 풀 편성 오케스트라를 무대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지휘자에게 이는 오히려 시험대와 같다. 빈약한 소리의 빈틈을 지휘자의 명확한 비트와 리더십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시작되자 우려는 기대로, 기대로 가득 찼던 마음은 이내 깊은 감탄으로 변했다. 딸은 편성의 한계를 영리한 해석과 단단한 호흡으로 정면 돌파하고 있었다. 포디움 위의 아이는 더 이상 내 딸이 아닌,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배를 이끄는 당당한 선장이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마지막 4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Allegro con brio)'에 이르렀을 때다. 이 악장은 폭발적인 추진력 때문에 자칫하면 템포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져 음악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지휘자 자신도 흥분하기 쉽고, 단원들도 속도에 휘말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딸은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차가운 이성을 유지했다. 흔들림 없이 중심 템포를 꽉 붙잡은 채, 단원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질주할 수 있도록 노련하게 비트를 통제했다.

특히 베토벤 7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약박(Off-beat)에 등장하는 까다로운 악센트 표현들이 압권이었다. 정박을 거스르며 튀어나오는 그 싱코페이션의 에너지를, 딸은 정확한 사인과 살아있는 몸짓으로 이끌어냈다. 밀고 당기는 리듬의 긴장감이 객석까지 팽팽하게 전해졌다. 악보 이면에 숨겨진 베토벤의 광기와 리듬의 본질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훌륭한 디렉션이었다.

마지막 코다가 끝나고 오케스트라의 잔향이 홀에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음악을 평생 업으로 삼아온 선배로서, 그리고 이 험난한 길을 묵묵히 걸어와 준 아이의 아버지로서, 터져 나오는 기립박수를 멈출 수 없었다.


오늘 딸아이가 흔든 것은 단순한 지휘봉이 아니었다. 단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신뢰의 바톤이었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세상에 선포하는 당찬 선언이었다. 조화와 균형을 찾아 음악을 완성해 낸 마에스트로의 뒷모습에서, 나는 오늘 가장 아름다운 화음(Harmony)을 보았다. 지휘자로서 첫발을 멋지게 뗀 내 딸에게 마음을 담아 깊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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