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하루는 마치 서로 다른 색채를 지닌 두 개의 악장이 하나의 교향곡으로 완성되는 과정 같았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 트렌디함과 비즈니스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신사동 사무실에서 시작된 오전의 시간은 치밀한 이성과 거시적 비전이 필요한 '전략의 공간'이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팔만대장경 프로젝트' 회의. 천년의 세월을 담은 문화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이제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회의실의 공기는 뜨거웠고, 논의는 깊었다.
핵심 화두는 프로젝트를 지탱할 '세부 조직의 구성'과 브랜드의 얼굴이 될 '로고 및 CI'의 확립이었다. 무형의 가치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수많은 전문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 토론이 깊어질수록 이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앞에서 이끌고 조율할 리더십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감사하게도,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내가 이 프로젝트의 전략기획단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중의가 모였다. 전체적인 조화를 조망하면서도 각 파트의 전문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자리. 당장 다음 회의까지 세부 조직 구성의 초안을 수립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지만, 머릿속은 이미 새로운 조직의 마스터플랜을 그리는 즐거운 긴장감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치열했던 비즈니스 미팅을 마치고, 차를 몰아 북쪽으로 향했다. 빌딩 숲을 벗어나 창밖의 풍경이 초록의 자연으로 바뀔 때쯤, 나는 또 다른 나의 삶의 터전인 연천에 도착했다. 낮 동안 치밀한 전략을 구상하던 머리는 이제 마음의 소리를 조율하는 지휘자의 감각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저녁 시간은 '통일바라기합창단'의 연습이 있는 시간. 문을 열고 들어선 연습실에는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낯선, 그러나 설렘을 품은 두 개의 시선이 나를 맞이했다.
지난 6월 6일, 푸른 하늘 아래 호로고루성에서 울려 퍼졌던 '평화의 날' 기념행사. 그날 우리 합창단이 온 힘을 다해 부른 평화의 선율이 누군가의 마음을 깊게 울렸던 모양이다.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해 우리와 목소리를 나누고자 신입 단원으로 찾아와 주신 두 분이었다.
지휘자로서 이보다 더 큰 보람과 뿌듯함이 있을까. 음악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일회성 소리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움직여 새로운 인연의 발걸음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사실. 그것은 악보대로 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우리가 함께 만드는 음악 속에 진정성 있는 '울림'이 살아있었음을 증명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적표였다.
신사동에서의 이성적인 전략 회의와 연천에서의 감성적인 합창 연습. 전혀 다른 결을 지닌 두 일과였지만, 본질은 결국 하나였다.
팔만대장경이라는 거대한 유산에 걸맞은 조직을 짜고 비전을 세우는 일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모아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합창도, 결국은 수많은 요소를 조화롭게 융합하여 세상을 향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지휘(Conducting)'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략기획단장으로서 그릴 촘촘한 조직 구조도 위에, 그리고 지휘자로서 이끌 합창단의 새로운 목소리 위에, 앞으로 채워질 하모니들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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