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인생을 멋들어지게 그린 영화 '사이드웨이즈'(Sideways, 2004)가 나온 이후 미국에서 메를로는 천덕꾸러기가 됐다고 한다.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이 메를로를 경멸하고 무시하는 말을 내뱉은 순간부터 메를로의 인기는 곤두박질쳤고, 대신 그가 찬미하던 피노 누아가 마치 가장 델리킷한 와인인 양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전까지 메를로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던 레드 와인이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사람 입맛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바뀔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신기하게 생각되곤 한다.
메를로(Merlot)는 프랑스 레드 품종이다. 메를로라는 이름은 '티티새(Merle)'의 프랑스어에서 유래했다.
메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사촌쯤 되는 포도품종이다. 카베르네보다 탄닌이 적고 과일향이 풍부하며 질감이 부드럽기 때문에 떫고 진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메를로를 선호한다.
최상급 메를로의 경우 9~12년 사이 시음 절정기에 이르며 수십 년의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닌다.
메를로에서는 아주 잘 익은 베리 향이 나고 맛은 부드러우며 산도와 무게감이 카베르네의 그것보다 적게 느껴진다. 산지에 따라서는 아주 진하고 묵직한 메를로도 나오지만 대개의 경우 부드러운 레드 와인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와인 꽤나 마신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메를로가 개성 없는 품종으로 치부돼 와인 맛을 잘 모르는, 덜 세련된, 평범한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쉬운 레드 와인으로 무시되어 왔다. 메를로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좋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들기 위한 블렌드 품종, 즉 빛나는 조연 외에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메를로는 세상에서 비할 바 없이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낸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인 '페트뤼스'(Petrus)나 르 팽(Le Pin), 오손(Ausone)과 슈발 블랑(Cheval Blanc) 등 보르도의 포메롤과 생테밀리옹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들이 바로 메를로를 주품종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로 보르도 지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아니라 메를로다.
기후와 토양에 따라 메를로는 가볍고 즙이 많은 피노 누아 같기도 하고, 카베르네 소비뇽을 능가하는 힘과 무게를 지닌 와인이 되기도 한다. 최상의 모습을 보이는 메를로는 실키한 탄닌과 딸기, 라즈베리, 검은 체리, 블랙 커런트, 자두, 무화과와 말린 자두 같은 풍미를 지닌다. 입에서는 스파이스, 계피, 클로브 및 삼나무, 송로버섯, 담배, 감초, 구운 견과류 향 등 매우 복합적인 풍미를 보인다.
메를로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둥근 느낌을 주는 레드 와인으로 음식 없이 와인 만으로 즐길 수 있으며, 음식과의 매칭에서 상당히 다재다능한 와인이다. 허브를 넣은 테린(Terrine), 파테(Pâtés), 오리 등과 잘 어울리며, 한식 요리 중 매운 음식에도 잘 맞는다. 다른 아시아 향신료에도 무난한 조화를 보인다.
브리, 모자렐라, 고르곤졸라(Gorgonzola), 고우트(goat) 치즈 등 카베르네 소비뇽과 어울리는 치즈들과 무난히 매치할 수 있다.
https://youtu.be/pjGRvV_T6O4?si=lCeZkt9G3HUlBgFs
After the release of "Sideways" (2004), a movie about wine and life, Merlot is said to have become a nuisance in the U.S.
From the moment the male protagonist spoke of contempt and disregard for Merlot in the movie, Merlot's popularity plummeted, and instead, Pinot Noir, whom he praised, began to be treated as if it were the most delicate wine. Until just before that, Merlot was said to have been the favorite red wine of Americans, and it is often surprising how human taste can change like that overnight.
Merlot is a French red breed. The name Merlot comes from the French word for Merle.
Merlot is a vine that is the cousin of Cabernet Sauvignon. Because it has less tannins than cabernets, has a rich fruity flavor, and has a soft texture, people who dislike bitter and dark flavors prefer Merlot.
For the top merlot, it reaches its tasting peak between 9 and 12 years and has decades of long-term ripening potential.
Merlot has a very ripe berry scent, a soft taste, and the acidity and weight feel less than that of Cabernet. Depending on the production area, Merlot comes in a very thick and heavy Merlot, but it is usually considered the epitome of soft red wine.
For that reason, Merlot has been regarded as an uncharacteristic variety among wine drinkers as a less sophisticated, easy-to-drink red wine for ordinary people who do not know the taste of wine. Merlot's most important reason for its existence is the widespread perception that it cannot play any role other than a brilliant supporting role, a blend to make a good Cabernet Sauvignon.
However, a good merlot produces wine that is unparalleled in the world. One of the most expensive wines in the world, such as Petrus, Le Pin, Ausone, and Cheval Blanc, is made of merlot as the main staple food in Bordeaux's Pomerol and Saint-Temillion regions. In fact, the most grown variety in the Bordeaux region is merlot, not cabernet sauvignon.
Depending on the climate and soil, Merlot can be like a light, juicy pinot noir, or a wine with the power and weight that surpasses Cabernet Sauvignon. The best-looking Merlot has silky tannins and flavors such as strawberries, raspberries, black cherries, blackcurrants, plums, figs, and dried plums. The mouth has a very complex flavor, including spice, cinnamon, clove and cedar, truffles, tobacco, licorice, and roasted nuts.
Merlot is a red wine that has a soft and round feel as a whole, and can be enjoyed as a wine without food, and is quite versatile in matching with food. It goes well with herb-infused terrine, pâtés, and ducks, and it also goes well with spicy food among Korean dishes. It also has an easy combination with other Asian spices.
It can be easily matched with cheeses that go well with cabernet sauvignon, such as brie, mozzarella, gorgonzola, and goat che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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