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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지휘법

악보가 담고 있는 것

by 정마에Zeongmae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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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음악을 지휘하려면 우선 오케스트라 총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휘자들은 '큐'가 적힌 피아노 축약본을 보고 지휘하곤 한다. 이는 오페레타 지휘에도 쓰인 방식이었고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이른바 '브로드웨이 황금기'에도 자주 사용된 방식이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데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난관은 음악 기보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넘어야 할 난관은 머리로 이해한 바를 현실로 옮기는 문제가 될 테고 말이다.

 
    악보는 음악의 의도를 수직(매 순간의 결과적 소리)과 수평(그 과정)이라는 양 축에 기록하고 작곡가의 상상력을 번역한 종이조각이다. 악보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이를 종이에 기록된 단어로 보는 것이다. 수평축을 따라 음악은 구절이 되고 문장이 되며, 문장은 단락이 되는 식이다. 그리고 악보에 적힌 음악은 종이에 기록된 글자보다 훨씬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오케스트라 총보는 위에서부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순으로 배치된다.

 
    작곡가는 작품을 구상하고 창조에 착수한다. 그러나 난제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품은 악상을 다섯 줄 평행선 위의 음표로 옮겨 적어 최대한 애매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수백 가지의 성질 부여와 요건이 더해진다. 이를테면 세게, 여리게, 좀 더 세게, 속도를 올려서, 여기에 강력한 강세를 주고, 적당한 길이로 쉬어 가고, 따위의 단서들이다. 작곡가가 구상한 바를 빠짐없이 옮겨 적은 모눈종이를 가리키는, 간편하지만 부정확한 명칭이 바로 '음악'이다. 내가 '부정확한'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음악은 우선 작곡가의 머릿속에 존재할 뿐 다른 사람이 듣기 전까지는 음악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며, 또한 다른 사람이 이를 듣기 위해서는 작곡가가 남긴 기보 지시를 중간 매개자(때로는 수백 명에 이르기도 한다)가 읽고 해석하여 실제 소리로 옮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총보를 읽어 가는 과정

 
    이 과정이 더욱더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구나 인정하는 객관적 지표가 없다는 점이다. 셈이 없는 여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느림이 없는 빠름도 존재하지 않는다. 악보가 요구하는 것의 대다수는 오로지 그에 대응되는 반대 개념의 존재에 의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 록뮤직 콘서트는 시끄러운 소리에 귀가 적응하고, 이후 나머지 콘서트는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하나의 세기로 그럭저럭 끝가지 진행된다. 시끄러움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대신 청중에게 짜릿한 쾌감을 주는 건 음악의 리듬과 연주자의 기교다. 그러나 고전음악에서는 스피드(템포)와 세기(다이내믹)의 모든 측정치가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꾸준히 변화한다. <※ 「지휘의 발견」(존 마우체리 지음)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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