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Story/지휘법

오케스트라 지휘는 복잡한 작업

by 정마에Zeongmae 2023. 2. 22.
728x90
반응형

     오케스트라 지휘는 복잡한 작업이다. 지휘자는 세련된 음악가가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연주자를 움직여 동작으로 그들에게 의도를 전달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아주 중요한 것은 지휘자는 작곡의 지식과 여러 가지 음악의 스타일에 정통해야 한다. 그리고 음악의 해석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등통해야 한다. 개개의, 또는 겹쳐진 악기주법의 지식도 빼놓을 수 없다. 오케스트라 스코어를 읽고 필요에 따라서는 그것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능력도 지휘자의 필요하다. 그러나 절대음감은 필요조건이 아니며, 핏치의 어긋남을 발견하여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예리한 창각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러한 요소를 습득해야만 비로소 리더가 될 수 있다.

     음악성과 스코어에 대한 철저한 연구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집단심리에 대해 몇 가지 간단한 원칙을 알고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이야기로 움직일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연습을 능률적으로 이끌고 연주자들에게서 좋은 연주를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음악성이나 심리학의 지식만으로는 지휘자가 될 수 없다. 피아노 연주에 기술이 필요하듯 지휘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브람스 교향곡 제4번 E단조 작품 98]

​     브람스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교향곡이다. 1번을 쓰고 거의 바로 2번에 착수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3번을 완성하고 초연한 다음 해인 1884년에 착수했다.

     브람스는 그 해에도 여느 때처럼 여름에 빈을 떠나 오스트리아 중부에 있는 휴양지인 뮈르추슐라크에서 피서를 즐겼는데, 이 때 이 교향곡의 전반 두 악장이 완성되었다. 다만 이후 빈으로 돌아온 뒤에는 별 진척이 없었고, 나머지 후반 두 악장은 1885년에 같은 곳으로 휴양을 떠났을 때 완성되었다.

​     1악장은 서주 없이 바이올린이 띄엄띄엄 연주하는 4분음표+2분음표로 이루어진 첫 주제를 막바로 연주하며 시작하는데, 사이사이에 4분쉼표를 두고 있어서 마치 탄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주제는 계속 이어서 브람스 특유의 당김음을 곁들인 식으로 변형되고,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 호른이 셋잇단음표가 들어가 첫 주제보다는 다소 리드미컬한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이 부분에서 현악기가 받쳐주는 리듬이 계속 당김음으로 이어지는 것도 특이하다.

​     이 주제를 첼로와 호른이 연주하는 한결 유려한 대선율이 바로 뒤에 붙어서 수식해주고, 이어 2박과 셋잇단음표 3박이 어우러져 약간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이행부로 이어진다. 이 뒤에는 목관악기가 현악기의 춤곡풍 반주 음형 위에서 두 번째 주제의 리듬을 빌어 다소 밝은 느낌의 부주제를 연주한다. 부주제 뒤에는 다시 2박+3박 크로스 리듬으로 분위기가 고양된 가운데 제시부를 마친다. 이 제시부는 1~3번과 달리 도돌이표가 없어서 반복하지 않는다.

​     재현부는 첫 음형을 살짝 바꿨을 뿐, 그 뒤로는 맨 처음 제시된 주제와 거의 비슷하게 나간다. 다만 두 번째 주제 이후로는 고전적 규칙대로 조바꿈되어 나타나며, 마지막 종결부가 좀 더 대규모로 짜여져 있어서 발전부가 축소되고 종결부가 늘어나는 3번의 1악장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종결부는 첫 주제를 변형시킨 것 위주로 진행되는데, 장조로 바뀌는 일 없이 계속 어두운 단조의 분위기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맨 마지막에서는 팀파니가 꽤 드라마틱하게 두드러지는 독주로 나오면서 비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     2악장도 1악장과 마찬가지로 소나타 형식 비슷하게 되어 있지만, 발전부를 생략한다는 점에서 역시 3번의 2악장과 비슷하다. 호른이 연주하는 가락으로 시작하는데, 미(E; 음이름 기준)가 중심음인 것 같지만 장조도 단조도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다. 이 부분은 프리기아 선법으로 되어 있는데, 스페인 민속 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선법이다.

​     이 가락을 현의 피치카토 반주 위에서 클라리넷과 바순이 E장조로 바꾸어서 첫 주제로 만드는데, 다만 이 주제에도 후반부에서 다시 호른의 프리기아 선법 가락이 섞이면서 상당히 옛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어 이 주제를 가지고 현이 한결 부드럽고 낭만적인 변형을 가해 연주하고, 목관악기의 스타카토 음형과 대비되는 이행부가 뒤따른다.

​     3악장은 이전과는 다른 상당히 밝고 역동적인 분위기인데, 스케르초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오히려 변형된 론도+소나타 이종교배 형식에 가까워서 브람스 특유의 3악장인 것은 이전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다. 힘찬 전체 합주로 바로 주제를 내놓고 시작하고, 피콜로와 트라이앵글이 더해져 곡에 양감을 더하고 있다.

​     흥분이 좀 가라앉고 나면 바이올린이 G장조로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고, 이어 첫 주제가 변형된 형태로 연주되면서 발전부 비슷한 느낌의 중간부로 이어진다. 중간부는 주로 첫 주제의 변형 위주로 진행되는데, 도중에 템포가 좀 느려지면서 호른과 바순이 부드럽게 흐르는 느낌의 새로운 선율을 연주한다. 하지만 이 선율은 새로운 주제라기 보다는 이행부 성격이며, 다시 두 주제가 차례로 나타난 뒤 꽤 화려하고 강력한 느낌의 종결부로 끝맺는다.

​     마지막 4악장은 이 곡에서 가장 복고풍인데, 관악기와 팀파니를 곁들인 코랄 풍의 주제를 연주하며 시작된다. 이 주제는 상술한 대로 바흐의 칸타타 '주님, 저희는 당신을 갈망합니다(Nach dir, Herr, verlangt mich BWV 150)' 의 마지막 악장 베이스 라인에서 빌어온 것이다. 곧이어 이 단순한 주제를 가지고 무려 서른두 개의 변주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성격 변주곡의 대가였던 브람스 답게 변주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     악기 편성은 플루트 2(2번 주자는 피콜로를 겸함)/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콘트라바순/호른 4/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트라이앵글/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브람스가 팀파니 외의 타악기를 교향곡에서 쓴 유일한 사례인데, 다만 트라이앵글은 위에 쓴 대로 3악장에서만 쓰인다. 피콜로도 마찬가지고, 콘트라바순은 3~4악장에서만, 트롬본은 4악장에서만 연주한다.

​     1885년 10월 25일에 브람스 자신이 직접 마이닝엔 궁정 관현악단을 지휘해 초연했는데, 1~3번과 달리 어둡고 복고적인 곡이라 그랬는지 즉각적인 호응이 나오지는 않았다. 심지어 브람스 음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말러 같은 경우에는 대놓고 졸작이라고 디스하기도 했다.

     다만 브람스의 맹우였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곡에 대해 '매우 독창적이고 개성적이며, 놀라운 힘으로 가득찬 작품' 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초연 이후에도 이 곡을 자주 지휘해 보급에 힘썼다. 이후에도 좀 이색적인 회고성 작품이라는 인식은 계속 이어졌지만, 쇤베르크의 경우에는 이 곡이 첫 3음 동기로 전곡이 꽉 묶여 있고 변주 양식과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교향곡을 뛰어넘었다고 분석하면서 오히려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