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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BACH

눈을 감는 날에도 감사의 노래를 부른 바흐

by 정마에Zeongmae 202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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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9년 봄, 64세의 바흐는 뇌졸중 발작과 함께 시력이 눈에 띄게 악화되었습니다. 바흐는 당시 아주 유명한 안과의사에게 수술을 받았죠. 오랜 회복기를 거친 후 붕대를 풀었습니다. 이때 침대에 둘러서 있던 자녀들이 바흐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 뭔가 보이세요?"
   독실한 크리스천이였던 버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뜻대로 되었어."
   가족들은 수술이 잘 되었구나 생각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바흐가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바흐가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때 바흐는 오히려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자신이 작곡한 찬송가를 하나님께 감사의 찬송으로 불렀다고 해요.

나 무슨 말로 주께 다 감사드리랴
끝없는 주의 사랑 한없이 고마워
보잘 것없는 나를 주의 것 삼으사
주님만 사랑하며 나 살게 하소서


   1750년 7월 28일 밤 8시 45분경, 바흐는 65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습니다. 두 번째 부인 안나 막달레나와 그의 아들들이 그의 곁에서 임종을 지켜봤습니다.
   바흐가 죽은 후 그의 가족들은 흩어졌고, 그의 수 많은 악보도 분실되거나 손상이 된 채 그의 이름은 점점 세상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러나 멘델스존을 비롯한 후세 사람들의 노력으로 바흐는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의 곡들이 연주회장의 레퍼토리로 올려지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바흐의 음악이 인류의 가장 귀중한 보물로 대접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작곡한 음악들이 인류의 정신사적 흐름을 가장 농밀하게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며, 항상 종교적 구도의 길을 버리지 않았던 생활관과 음악관이 사람들에게 공감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흐는 인류가 나은 가장 고귀한 음악가입니다.

건강 악화로 완성을 보지 못한 "푸가의 기법"의 마지막 부분(Contrapunctus 18a)의 자필보


   바흐의 마지막 작품은 BWV 668의 "Vor deinen Thron tret' ich hiermit(저는 이제 주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갑니다)"라는 제목의 Chorale Prelude입니다.

   이 작품은 바흐가 병상에서 숨을 거두기 며칠 전, 제자이자 사위인 알트니콜(Johann Christoph Altnikol)이 바흐의 구술에 따라 악보를 그렸습니다. 당시 바흐는 시력이 약해져서 눈 수술에도 불구하고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 작품은 바흐의 마지막 작품이 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통상 "Deathbed Chorale(임종의 코랄)"이라고 부릅니다.

   독실한 루터교회의 신자였던 바흐는 곧 다가올 죽음을 예감하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상태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연마한 모든 작곡기법과 종교적 신념을 모두 녹여내어 만들어낸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죽음을 예감한 그로서 어찌 이승에 대한 한가닥 아쉬움이 없었겠습니까만 이 작품은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죽음을 대하는 담담하고 평온하고 거룩한 심성이 느껴집니다.

   여러분들은 통상 '코랄'이라고 할 때 '합창'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Choral'과 'Chorale'은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Choral'이라고 할 때는 통상의 '합창'의 의미가 되지만, 'Chorale'이라고 할 때는 '독일 루터파의 교회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Chorale Prelude는 Chorale의 앞에 연주되던 음악을 말하는 것이죠.

J.S. Bach: BWV 668 "Vor deinen Thron tret' ich hier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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