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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BACH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1번 F장조 BWV1046

by 정마에Zeongmae 2020.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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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그의 모든 작품들 가운데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인 동시에 이 분야의 합주 협주곡 중에서도 찬연히 빛나는 명작으로 코렐리나 헨델의 합주협주곡도 이에 미치지는 못한다.

  바흐는 당시로서는 가능한 모든 악기 편성으로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재능과 악상을 최대한 발휘해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여섯 곡의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작곡했다. 형식적으로는 물론 코렐리나 비발디, 혹은 헨델이 쓴 합주 형태인 몇 개의 독주 악기와 합주부로 이루어진 '콘체르토 그로스'라고 하는 이른바 합주 협주곡의 형태를 따르고 있어서 근대적 독주 협주곡과는 다르다. 그러나 비교적 다양한 악상과 다채로운 악기 편성, 그리고 독주와 합주의 대비와 유기성은 근대적 의미에 있어서의 협주곡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여섯 곡으로 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바흐 자신의 자필로 정서된 악보가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으며, 그 표지에는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악기에 의한 여섯 개의 협주곡》이라고 적혀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이 협주곡을 바흐가 크리티안 루트비히 폰 브란덴부르크(프리드리히 빌헬름의 삼촌으로 음아게 무척 조예가 깊었다)에게 헌정했기 때문이다. 바흐가 그에게 보낸 자필 총보에는 프랑스어로 쓴, 대략 다음과 같은 의미의 헌정사가 첨부되어 있다.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폰 브란덴부르크께 삼가 올립니다. 2년 전(? une couple d'  années)에 저는 하명(下命)을 받아 전하의 어전에서 연주하는 영광을 입었고, 또한 그때 저에게 하늘이 내려주신 보잘것 없는 음악적 재능을 전하께서 기뻐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전에서 물러날 때 전하께서 제가 만든 몇몇 작품을 헌정할 수 있는 영광을 주셨습니다.지극히 자비로운 하명에 따라 이 협주곡을 바침으로써 전하에 대한 제 경의를 삼가 표하는 바입니다. 마무쪼록 전하의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로 인한 엄정한 비판을 가지고 이 곡들이 되지 못한 음악이라고 너무 꾸짖지 마시길 바랍니다. …… 아주 천하고 지극히 공손한 하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쾨텐에서 1721년 3월 24일.

Christian Ludwig von Brandenburg

   여기서 말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폰 브란덴부르크(Christian Ludwig von Brandenburg, 1677~1737)는 대선제후(大選帝侯)의 막내 아들인 동시에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재위 1713~1740)의 삼촌이 되는 사람으로, 당시 베를린의 프로이센 왕궁에 거주하면서 규모는 작았지만 자신의 악단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바흐는 1717년 이래 쾨텐의 궁정악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바흐는 도대체 언제, 어디서 그를 만났을까? 이전부터 여러 가지 추측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바흐가 프로이센 왕궁으로 그를 찾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바흐가 1719년 3월 1일, 베를린에서 완성된 쳄발로 대금과 여비로 쾨텐 궁정에서 130탈러를 수령한 것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14일에 쳄발로가 쾨텐에 도착했으므로 그 사이에 바흐가 베를린에 간 것은 확실한 일이다. 그리고 문제의 쳄발로는 매우 비싼 것이므로 바흐의 특별 지시에 의한 것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바흐는 그것을 주문하기 이해 직접 베를린에 갔을 것이라 생각된다. 악기 제작에는 적어도 4개월이 필요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완성이 늦어졌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바흐가 칼스바트 여행으로부터 쾨텐에 돌아온 것은 1718년 6월이었으므로 베를린으로 떠난 것은 그 이후가 된다.

   또한 바흐가 악장이었던 쾨텐의 궁정악단에는 이전에 프로이센 궁정악단의 단원이었던 사람이 5명이나 있었으므로 바흐는 베를린에 가기 전부터 그 곳의 음악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쾨텐의 레오폴트(Leopold von Anhalt-Köthen, 1694~1728) 제후는 1707년부터 1710년까지 베를린의 리터 아카데미(귀족의 자제를 위한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브란덴부르크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을 가능성도 많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바흐가 베를린 여행 때, 당시 베르린 음악계의 중심인 그를 찾아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바흐는 '2년 전'의 작곡 의뢰에 간신히 응한 셈이 되는데, 그것도 그를 위하여 특별히 작곡한 것이 아니라 쾨텐 궁정악단을 위해 작곡했던 작품 중 여섯 곡을 골라 그 악보를 정서해서 브란덴부르크에게 보낸 것에 불과하다.

   첫째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헌정 총보는 분명히 기존의 악보에서 기계적으로 베낀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악곡의 악기편성 면에서 브란덴부르크의 악단에서는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 많은 반면, 제1번을 제외하면 모두 쾨텐의 악단에서는 연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쾨텐의 악단 사정에만 맞는 변칙적인 곡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이들 여섯 곡이 한꺼번에 작곡되었다고 보기에는 양식적으로 서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신 바흐 전집〉의 감수를 맡았던 베셀러는 제1번을 1718년~1719년 경, 제2번을 1719년 경, 제3번을 1718년 경, 제4번을 1719년~1720년 경, 제5번을 1720년 경~1721년 경, 제6번을 1718년 경으로 작곡 연대를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양식상으로 본다면 콘체르티노와 리피에노를 대비시켜 효과를 바라는 2, 4, 5번과, 같은 정도의 악기군을 대비시킨 1, 3, 6변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또한 구성도 대부분 '빠름-느림-빠름'의 3악장으로 되어 있어서 대체로 비발디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지만 제1번만은 비발디와 코렐리의 혼합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고전주의 시대의 협주곡 양식에 가까운 인상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각 악장이 모두 몇 개의 독주 악기와 함주가 교대로 연주되기도 하고 같이 총합주를 하기도 해서 그 내용으로는 앞서말한 합주 협주곡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 여섯 곡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한 곡 한 곡이 각기 악기의 편성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지만, 바흐의 가장 원숙한 전성기 작품인 만큼 모두 기교적이면서도 화려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 오늘날에도 그 진가를 높이 인정하고 자주 연주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1번 F장조 BWV1046〉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쾨텐의 궁정악단에서 연주할 수 없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이 곡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잇는 것이 1716년에 바이센펠스 영주의 생일 축하 때 〈사냥 칸타타 BWV208〉과 함께 연주되었고, 1717년 늦여름에 바흐가 프랑스 오르가니스트 루이 마르샹(Louis Marchant, 1669~1732)과 경연하기 위해 드레스덴에 갔을 때 현재의 형태로 고쳐서 연주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여간 드러나지 않은 이면에 틀림없이 특별한 작곡 사정이 있는 것 같다. 바흐가 이 곡을 부분적으로 칸타타에 이용하고, 4악장이라는 이례적인 형태의 이 곡을 의도적으로 제1번에 배열한 것도 어쩌면 그런 사정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이 '제1번'은 특수한 악기 편성 때문인지 연주되는 기회가 다른 곡에 비해 많지 않지만, '빠름-느림-빠름'의 비발디 형(形) 구성에 플로네이즈를 포함한 세개의 트리오를 갖는 미뉴에트를 끝악장으로 붙여 놓고 있다. 그런데 이 곡의 제3악장과 미뉴에트 악장의 폴로네이즈가 빠진 '신포니아'가 남아 있다. 이것이 원곡이라면 헌정할 무렵 첨가해서 다시 정서한 것으로 보인다.

   악기 편성은 독주부가 호른 2, 오보에 3, 합주부가 제1, 제2 바이올린(제1 바이올린에는 비올리노 피콜로라고 하는 오늘날의 바이올린보다 단3도 높게 조율된 소형 악기가 포함되어 있음), 비올라에 통주 저음악기인 바순, 첼로, 베이스, 쳄발로로 되어 있다.   

 

   제1악장 : 알레그로, F장조, 2/2박자

   〈관현악 모음곡〉의 도입악장이 생각나게 하는 대규모의 악기 편성이 특징이다. 리토르넬로 형식이지만, 솔로에 투티주제(악보 1)가 사용되고 있어서 투티와 솔로의 선율적 대비가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한 면에서 전형적인 콘체르토 그로소라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당당한 악상과 고심하여 다듬은 듯한 치밀한 악곡 구성이 아주 매력적이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1 악장 시작부분(바흐 자필 악보)

   그 구성을 살펴보면 제1마디부터 13마디까지를 A, 14마디부터 42마디까지를 B로 한다면 이 악장은 A-B-A-B-A로 되어 있다. 그러나 A와 B가 서로 대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재는 모두 곡 첫머리에 나오는 음형들을 가지고 꾸며져 있다.

 

   제2악장 : 아다지오, d단조, 3/4박자

   동일한 주제의 끊임없는 반복이라는 파사칼리아의 원칙에 따르고 있다. 애가 스타일의 선율(악보 2)이 독주악기 사이에서 계속 연주되는데, 그 선율이 파사칼리아 주제의 장식형이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2 악장 시작부분(바흐 자필 악보)

    호른이 이 악장에서는 빠지고 비올리노 피콜로가 아따금 제1 바이올린에서 떨어져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오보에와 비올리노 피콜로가 대화로 이어가는 이 악장은 어딘지 어두운 느낌을 준다. 

   곡은 아리아와 같은 단아한 선율이 장식음을 섞어가며 오보에에 의해 시작되어 비올리노 피콜로와 저음악기로 이어진다. 그 사이 조성도 d단조, g단조, c단조로 조바꿈을 해간다. 저음이 이 선율을 모두 끝내기도 전에 비올리노 피콜로가 카논 스타일로 대화를 한다. 다시 저음의 선율이 나오고 이 카논 스타일의 대화가 이어진 다음 코다의 종결부로 들어가는데, 이 코다는 저음의 선율이 나온 후 오보에의 카덴짜가 이어지고 으뜸화음이 아닌 딸림화음으로 곡을 끝맺는다.

 

   제3악장 : 알레그로, F장조, 6/8박자

   이 악장은 나중에 고쳐 쓴 것 같다. 이는 제2기의 작품과 공통되는 새로운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역시 리토르넬로 형식이며, 투티와 솔로의 대비가 한층 명확해져 있다. 6박자이기도 해서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하게 흐른다.(악보 3)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3 악장 시작부분(바흐 자필 악보)

   마치 이 악장은 비올리노 피콜로를 위한 협주곡처럼 비올리노 피콜로가 기교적으로 화려한 활약을 한다. 첫머리에 나오는 동기가 여러가지로 변화되어 나타나며, 비올리노 피콜로의 경과구를 사이에 넣어 발전시키고 있다. 곡의 구성은 동기가 자주 되풀이 되어 나타나 론도 형식과 유사해 보이지만 뚜렷한 구분은 어렵다.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아다지오의 느린 부분이 두 마디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곡상이 쾌활한 느낌을 준다.

 

   제4악장 : 미뉴에트, F장조, 3/4박자

   지금까지의 세 개의 악장으로 끝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두 개의 트리오와 폴로네즈가 딸린 미뉴에트가 계속된다. 마지막 악장에 춤곡인 미뉴에트를 배치한 것에 대한 이유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당시의 유행을 따른 것으로 짐작된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4 악장 시작부분(바흐 자필 악보)

   곡의 구성은 '미뉴에트-제1 트리오-미뉴에트-폴로네즈-미뉴에트-제2 트리오-미뉴에트' 순으로 되어 있다. 미뉴에트의 주부는 F장조의 2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이것이 각기 반복된다. 전체적으로 호른의 리듬이 지배적이다. 제1 트리오는 F장조로 원칙대로 두 개의 오보에와 파곳에 의한 관의 3중주로 되어 있고 선율은 미뮤에트보다 부드럽다. 폴로네즈는 3/8박자로 비올리노 피콜로를 제외한 제1, 제2 바이올린, 비올라, 통주 저음악기만이 쓰이며, 16분음표에 의한 선율을 연주한다. 제2 트리오는 C장조, 2/4박자로 두 개의 호른돠 오보에의 3중주로 경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악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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