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영 말이 아닌 하루였습니다.
며칠째 이어진 몸살. 그래도 음악회는 마쳐야 했습니다. 무대는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지휘봉을 잡은 순간만큼은 아픈 몸도 잠시 뒤로 물러나 줍니다 — 그것이 지휘자의 숙명이자 특권입니다.
음악회를 마치고 난 뒤의 몸은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잔뜩 부르터 몰골이 말이 아닌 채로, 그래도 주일이니 교회로 향했습니다. 찬양대 지휘자의 자리는 비울 수가 없으니까요.
연습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찬양대원들이 하나둘 앞으로 걸어 나옵니다.
손에 책을 들고.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
제가 쓴 책이었습니다.
“지휘자님, 사인해 주세요.”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저마다 책을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미리 준비한 것이 분명합니다. 누군가 기획한 깜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그 순간, 몸살 기운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정말로요.
사람의 온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오늘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책을 쓰는 내내 “누군가의 삶에 작은 울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이 고스란히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예배에서 찬양이 달랐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여러 성도님들이 다가오셨습니다. “오늘 찬양 너무 좋았어요.” 한 분이 아니라 여러 분이.
지휘자는 무대 위에서 혼자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수십 명의 마음이 함께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그 소리가 청중의 마음에 닿을 때 — 그것이 지휘의 완성입니다.
이 맛에 지휘를 합니다.
몸살쯤이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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