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어느 오후, 나는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 사인본을 품에 안고 삼양건설산업 사옥을 찾았다.
삼양건설산업은 1972년 창립 이래 반세기를 훌쩍 넘긴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산 역사다. 헌법재판소를 건립하고, 가톨릭 성당·학교·병원 등 정교하고 예술적인 비정형 구조 건축물을 다량 시공해온 독특한 이력 을 지닌 이 회사는, 동탑산업훈장(1993년)과 한국건축문화대상(2017년)을 수상 하며 품격 있는 건설의 기준을 세워왔다. 토목건축공사업을 기반으로 전기, 소방, 주택건설, 부동산개발, 해외건설업까지 겸하는 종합건설회사 로서, 단순히 건물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에 가치와 철학을 담아온 기업이다.

사옥 복도 벽면에는 회사가 시공한 건물들의 조감도와 완공 사진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병원, 학교, 종교시설… 각각의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악장(樂章) 같았다. 제각각 다른 구조와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어딘가 일관된 미학적 흐름이 느껴졌다. 오케스트라에서 각기 다른 악기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듯, 삼양건설의 건축물들도 서로 다른 용도와 형태 속에서 하나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종훈 회장님은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런데 인사를 나누자마자 회장님의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 며칠째 이어진 몸살의 여파로 코 밑과 입 주변이 허옇게 헐어 있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흔적이었다. 회장님은 대뜸 “많이 아프셨던 것 같은데, 요즘 건강 관리를 좀 하셔야겠어요” 하며 걱정 어린 눈길을 건네셨다. 그러고는 “지난주에 음악회가 있으셨다고 했는데, 이런 몸으로 어떻게 무대에 서셨어요?” 하고 물으셨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지휘봉을 들면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단원들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열이 있든 몸이 무겁든 그런 것들은 잠시 뒤로 물러난다. 무대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지휘자는 어쩌면 아픈 것조차 사치라고 여기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회장님의 걱정 어린 한마디가 오히려 뭉클하게 느껴진 것은, 평소에 그 말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업계의 이야기, 각자의 근황, 그리고 이 책에 담긴 생각들을 나눴다. 건설과 음악, 언뜻 보면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두 분야는 놀랍도록 많은 공통 언어를 갖고 있었다. 설계도 없이 건물을 세울 수 없듯, 악보 없이 교향곡을 연주할 수 없다. 수백 명의 인력이 하나의 현장에서 움직이려면 지휘가 필요하고,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한 무대를 채우려면 지휘자가 필요하다. 결국 경영이란, 그 어느 분야에서나 ‘하모니를 만드는 기술’이다.
회장님께서 이 책에 써주신 추천사는 그래서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반세기 건설 현장에서 몸소 터득하신 경영의 통찰이 활자 위에 얹혀, 이 책은 비로소 한 층 더 깊어졌다. 사인본을 건네드리며 나는 생각했다. 추천사를 써주신 분께 책을 드리는 것은, 악단이 연주를 마친 뒤 객석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것과 같다고.
품질과 안전을 우선으로, 협력회사와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며, 성실하고 투명한 정도경영 을 50년 넘게 실천해온 삼양건설산업. 그 중심에 서서 묵직하게 조직을 이끌어 오신 이종훈 회장님의 경영 철학은,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지휘자의 경영’과 깊은 곳에서 맞닿아 있다.

사진 한 장이 남았다. 삼양건설산업 로고 앞에서, 그리고 수십 년의 시공 역사가 담긴 조감도들 앞에서, 회장님과 나란히 선 그 장면. 악보와 설계도는 모양이 다르지만, 둘 다 ‘보이지 않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언어’라는 점에서 같다. 그 공통의 언어를 아시는 분께, 이 책이 닿아 기쁘다.
그리고 오늘, 회장님의 따뜻한 걱정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도 말해주기로 했다. 수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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