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해의 기적과 찬양의 탄생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이 경험한 가장 극적이고 놀라운 순간은 바로 홍해를 건넌 사건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강한 동풍으로 바다를 가르시어 마른 땅처럼 만드시고, 그들을 추격하던 이집트의 정예 기병대와 병거부대가 다시 합쳐진 바닷물에 모두 수장되는 압도적인 구원의 역사를 목격한 것입니다. 이 순간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사로잡은 것은 경외감과 감격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은 자연스럽게 찬양과 경배의 마음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바로 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의 첫 번째 대규모 공동체 찬양인 '모세의 노래'(Song of Moses)의 배경이 됩니다.
출애굽기 15장 1절부터 18절까지 기록된 이 찬양은 단순한 승리의 함성이나 기쁨의 표현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히브리 시가 문학의 정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신학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더 나아가 이후 이스라엘의 예배 음악 전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형적 모델이 되었다는 점에서 성서음악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찬양의 서막 - 감격과 선언
모세의 노래는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라는 강력한 선언으로 시작됩니다. 이 첫 구절은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원문에서 '찬송하다'에 해당하는 동사 '시르(שִׁיר, shir)'는 단순히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를 넘어 하나님의 위대한 행위를 선포하고 증거한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이 때에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이 이 노래로 여호와께 찬송하니 일렀으되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여호와는 나의 힘이요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시로다 그는 나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그를 찬송할 것이요 내 아버지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그를 높이리로다" (출애굽기 15:1-2)
이 구절에서 우리는 찬양의 핵심 동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높고 영화로우심"이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가오 가아(גָּאוֹ גָּאָה, ga'oh ga'ah)'로, 하나님의 탁월하심과 위엄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이어서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라는 구체적인 구원 사건의 묘사가 나타나는데, 이는 추상적인 신학적 개념이 아니라 조금 전 눈으로 목격한 생생한 현실에 기반한 고백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호와는 나의 힘이요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시로다"라는 고백입니다. 여기서 '노래'로 번역된 히브리어 '짐라트(זִמְרַת, zimrat)'는 단순히 음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찬양할 만한 이유' 또는 '영광의 근거'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 자체가 찬양의 내용이시며 동시에 찬양의 이유가 되신다는 깊은 신학적 통찰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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