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경영고문으로 있는 (주)더블루인터내셔널에서 수입하고 있는 와인에 대한 기사가 '매경이코노미'에 게재되어 공유해 봅니다.
웰랜드 올드 핸즈 시라즈
꽃샘추위가 가시고 이제 어느덧 완연한 봄이다. 따스한 봄 날씨와 어울리는 풍부한 과일 향을 지닌 호주 시라즈 와인을 추천해본다. 호주 바로사 밸리에서 나오는 ‘웰랜드 올드 핸즈 시라즈(Welland Old Hands Shiraz)’ 와인이다.
웰랜드 와인은 포도나무와 관련된 뭉클한 사랑과 부활의 서사가 녹아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847년 독일 이민자였던 크리에그(Krieg) 가족은 남호주 바로사 지역에 정착 후 마차 제작 사업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1923년에는 바로사 외곽 북쪽에 과수원과 포도밭을 대규모로 구입, 이곳에 시라즈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바로사 지역 와인 생산 창립자 가족 회원 중 하나가 됐다.
특이한 점은 크리에그 가족이 스스로 와이너리를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고 오로지 ‘포도 농사’에만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황토·모래 토양으로 구성된 크리에그 포도밭은 현지 와인 생산자 사이에서 최고의 시라즈 포도 재배지로 유명해졌다. 펜폴즈(Penfolds), 피터 레만(Peter Lehmann) 등 유명한 바로사 밸리 지역 와이너리에 포도를 공급했다.
죽은 포도나무, 녹슨 철사…방치된 포도밭 손봐 명품으로
문제는 1970년대 이후 발생했다. 포도밭이 위치한 바로사 누리우파 지역이 택지로 개발되면서다. 북쪽 지역에 있던 포도밭과 과수원이 모두 철거돼 주택 용지로 분할 판매됐다. 2017년 웰랜드 시라즈 포도밭의 마지막 몇 헥타르가 도시 개발 지역으로 매각 목록에 올랐다. 불도저가 포도밭을 밀어버리기 직전, 20년 넘게 와인 산업에 종사했던 벤 채프먼과 그 친구들이 투자금을 모으며 천신만고 끝에 포도밭을 지켜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포도나무 덩굴은 거의 죽고 격자 기둥은 풍화됐으며 철사는 녹슬었다. 벤은 “오래된 자동차나 집을 복원하는 것보다 새 자동차나 집을 구입해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쉽고 경제적이다. 하지만 옛것이 갖고 있는 특유의 특성이나 오래된 역사를 가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벤은 황폐해졌던 웰랜드 시라즈 포도밭을 2019년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죽은 포도나무는 뽑아내고 그 자리에 다시 시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나무를 심었다. 수령 60년 이상 된 포도나무는 새로운 격자 작업과 관개 시설 정비로 보완했다. 역사가 끊길 뻔한 포도밭은 와인과 포도나무에 대한 사랑과 정성에 힘입어 부활에 성공했다.
웰랜드 와인은 바로사 밸리 특유의 풍성한 과일 향을 자랑한다. 미국산 오크통을 사용해 부드럽고 둥근 타닌이 특징적이다. 특히 시라즈 와인은 풍부하고 농축된 붉은 과일 향과 시트러스 같은 푸른 과일 향, 여기에 다크초콜릿·향신료·삼나무·오크 향이 가미된 모카와 바닐라 향을 내뿜는다.
필자는 ‘웰랜드 올드 핸즈 시라즈 2018 (Welland Old Hands Shiraz 2018)’을 시음 후 고품질에 굉장히 감탄했다. 일일이 손수확한 포도를 7일 동안 발효조에 넣은 후, 발효 주스를 하루에 두 번 펌핑해 과일의 색과 풍미 추출을 극대화한 와인이다. 미국산 뉴 오크통 40%에서 18개월 이상 숙성한 뒤 병입하고 숙성하는 단계를 거친다. 색상은 짙은 루비 레드색, 아로마는 붉은 과일·베리·후추·삼나무·달콤한 향신료·열대 과일·초콜릿 향이 난다. 마셔보면, 묵직하고 달콤한 자두를 비롯해 모카, 감초 풍미가 진하게 나타난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타닌이 우아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긴 여운이 매력적이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쇠고기 갈빗살구이, 안심 스테이크, 양고기구이, 파스타, 불고기피자 등과 어울린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https://youtu.be/_cOOzSJY1EE?si=XDFIqUAWA9PLC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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