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은 세익스피어의 초기 작품으로 반드시 높은 예술성을 지닌 문예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그 내용이 음악과 잘 맞아 지금까지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오페라 14편, 몇 개의 교형곡, 가곡, 피아노 곡, 부수 음악 등으로 작곡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뛰어난 것이 아니어서 자주 연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프로코피에프의 발레곡은 이들 작품에 비해 그 정서의 깊이나 개성의 예리함에 있어서, 그리고 그 규모의 크기에 있어서도 훨씬 우위에 서있다.
프로코피에프는 이 작품에서 실험주의로부터 자연주의로, 모더니즘에서 로맨티시즘으로 복귀하여 곤란한 전환기에로의 벽을 멋지게 타파하였다. 이 작품은 항상 소극적인 명료성과 정열을 덧붙여 더없이 슬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또 한편 이야기의 운명적인 비극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몬테규와 캐플렛 양가의 몽매한 옹고짐이나 타이볼트의 포악과 그 죽음, 중세의 몽매함이 색채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발레의 음악적 특징은 주요 인물과 장면, 사건들의 설명이 형상적이고 개성적이란 점이다. 그리고 전곡을 통하여 자주 사용되는 라이트 에피소드도 독특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라이트 에피소드로, 그것이 전면적으로 전개되는 것은 제1막 1장에서의 이별 장면인데, 그 앞뒤에도 자주 나온다. 라이트 에피소드에 의한 표현법은 릴리시즘과 로맨티시즘을 전편에 흘러 넘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발레의 구성 면으로 볼 때, 에피소드의 설정이나 사건의 발전이 치밀하지 못하다. 더욱이 시대와 환경의 성격적 연관이 완전히 무시되었고, 줄거리의 흐름도 많은 의문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을 무대에서 상연할 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게 되므로, 레오니드 라즈모프스키 같이 탁월한 연출 안무가가 아니고서는 좀체로 성공하기 힘들다. 사실 초연시에 라즈모프스키는 장면의 배분을 변경한다든가 몇 곡의 삽입곡의 작곡을 프로코피에프에게 의뢰하여 그런한 결점을 보완하기도 했다.
프로코피에프는 대본이나 음악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성을 별로 깊게 다루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히려 봉건 귀족들 사이의 심한 알력으로 돌려져 있었으며, 그 자체에 운명적인 비극성을 갖게 하고, 거기에서 발생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비교적 냉철한 관찰자의 태도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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