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앤더슨(Leroy Anderson, 1908-1975)은 하버드대학교 재학 중 음악에 심취하여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편곡자로 활동했습니다. 많은 관현악곡을 발표하면서 명성을 떨친 그의 작품은 고전적 바탕에 현대적 감각을 뛰어나게 결합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흥겨우면서 활기찬 곡들이 대부분이죠.
<나팔수의 휴일>은 1954년에 작곡되었습니다. 아서 피들러(Arthur Fiedler)가 지휘하는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 Boston Pops Orchestra)의 위촉에 의해 쓰인 비교적 짧은 곡입니다. 3명의 나팔수가 엄격한 규제의 군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일을 맞아 자유분방하게 연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음악으로 그렸습니다. 매우 활기찬 느낌의 음악으로 축제나 밝은 분위기의 무대에서 많이 연주됩니다. 듣다보면 누구나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는 기분 좋은 음악입니다. 김명민이 지휘자로 열연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도 나왔던 곡입니다.
'세미 클래식'또는 '라이트 클래식'으로 분류되는 소품 형식의 연주곡 '나팔수의 휴일'은 트럼펫 3중주에 의해 악기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바탕으로 연주되는 빠른 패시지의 반복 악상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앤더슨이 파가니니의 곡 'Perpetual Motion'에서 영감을 얻어 1947년에 작곡한 'Fiddle-Faddle'의 속편입니다.
곡명에 쓰인 'Bugler'는 '군대의 나팔수'를 가리키는 단어로 'Bugle'은 음계를 변환하는 밸브가 없는 내추럴 호른의 일종인 이른바 군대 나팔을 의미해요. 이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트럼펫과 명확하게 구별되는 것으로 앤더슨의 작곡에 의한 트럼펫을 위한 곡으로 비슷한 제목의 '나팔수의 자장가'(A Trumpeter 's Lullaby)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밸브가 없는 'Bugle'의 배음을 통한 연주법을 모방하여 작곡된 곡으로 실제 연주에서는 트럼펫이 사용되어 연주되며 사람들에게는 트럼펫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곡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작품의 발표 이래 이 작품은 대중과 트럼펫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앤더슨은 트럼펫 솔리스트들이 악단의 사이에 앉지 않고 무대 앞에서 연주하기를 의도하여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곡명을 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군대의 나팔수는 정해진 시간에 신호 나팔을 불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나팔을 연주하면 안된다. 하지만 휴일만큼은 자유롭게 나팔을 불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여 작곡하였다고 이야기 합니다.
곡명에는 휴일이 강조되어 있지만 세 명의 솔리스트는 섬세하게 쓰인 악보를 쉬지 않고 연주해야 하죠. 더블텅잉 기법이나 자연 배음에 의한 슬러가 복잡한 구조를 띄었다거나,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세 명의 연주자가 적절하게 안정감을 이루며 텅잉으로 톤을 맞추는 것은 연주자 간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가벼운 음악회나 패밀리 콘서트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소품곡으로 자주 다루어지는 곡으로 TV프로그램의 BGM이나 CM으로 종종 등장하기도 하며 운동회에서 다양한 행진곡들과 함께 흐르기도 하는 밝고 경쾌한 곡으로, 관현악 편성의 원곡을 관악합주 편성으로 편곡한 것은 관악합주 음악회에서는 없어서는 스탠다드 넘버이기도 합니다.
곡은 경쾌한 짧은 전주에 이어 3대의 트럼펫 의한 주제로 출발하여 활기를 띤 명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갤럽 형식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간부에서 전체 악단이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튜티의 경과구를 거쳐 장조로 전조되고 이후 주제가 재현된 후 종결부는 빠른 셋잇단음에 의한 팡파르 프레이즈가 연주되며 화려하게 곡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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