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와 헨델로 대표되는 후기 바로크시대의 작곡가와 초기 고전시대(1735-1765년 경) 작곡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초기 고전시대에 비해 후기 바로크시대 음악의 짜임새가 더 조밀하고 대위법적이어서 그 양식이 더 지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초기 고전시대의 음악은 후기 바로크시대의 양식에 대한 반작용이 강하고 철저해서 그 음악적 외형을 과감하게 바꿔나갔다. 특히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의 작품들은 이러한 변화를 잘 나타내고 있는데, 그의 작품에는 대개의 경우 복잡하고 끊임없는 대위적 진행이나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선이 없다.
하이든의 작품에서 대위법적 구조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덜 조밀하지만 화음적인 것에 기초를 두고 있는 악절적 양식이다. 리듬적으로 볼 때 그것은 다양한 리듬그룹이 여러개 동시에 나타나면서 더 많은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갖는다.
초기 고전시대 음악은 가장 기초적인 화성적 구조와 윤곽이 뚜렷한 선율을 갖고 있는 비교적 얇고 가벼운 짜임새를 강조한다. 특히, 피아노 음악의 경우 대부분이 2성부 형태의 짜임새이고 그 안에 더 많은 성부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은 기법을 사용하여 작곡되어졌다. 2성부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강한 화성적 윤곽을 내포한 분산화음형의 베이스를 갖고 있는데 이 왼손의 성부는 후에 알베르티 베이스(Alberty bass)라 불려졌다. 이 반주형은 3화음 또는 7화음에 기초를 두고 왼손으로 그것을 한성부로 연주할 수 있도록 분산시킨 것이며, 선율도 주로 3화음 진행이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초기 고전시대 음악에는 바로크 양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리듬적 관습(rhythmic practice)이 나타난다. 바로크시대의 리듬 사용은 아주 일정하다. 어떤 종류의 리듬형도 사용될 수 있지만 한 작품 안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리듬만 사용된다. 즉, 2박자는 2박자 계통과 함께, 3박자는 3박자 계통과 함께 나타난다. 그러나 초기 고전시대 음악은 2분할 리듬이나 3분할 리듬과 같은 다양한 리듬을 나란한 위치에 두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하이든의 음악에는 여러 가지 완전히 다른 리듬적 아이디어가 쓰이는 경우가 빈번하게 쓰이고 있는데 이는 바로크 시대의 일관성과 비교했을 때 매우 색다른 구성이라 할 것이다.
화성적 요소는 많이 변하지 않아서 그 기본적인 기능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오히려 고전적 화성은 후기 바로크의 것보다 단순하다. 이 새로운 단순성은 짜임새의 성김과 느린 화성적 리듬에 의해 더욱 강조된다. 비록 그 외형적 특징은 상당히 변하였으나 성부 진행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렇듯 초기 고전시대 음악은 후기 바로크 시대의 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으로 리듬 및 짜임새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형식과 구조의 필요성이 생겼다. 바로크의 옛 2부형식은 여전히 유용한 형식이었고 확장을 위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푸가와 같은 대위법적인 음악과 항상 결부되어 왔기 때문이다. 2부형식은 두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 하나는 첫 악절의 끝부분으로, 거의 항상 딸림조(또는 단조의 가온조)로 전조되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둘째 악절의 시작으로, 주로 전조진행을 계속하고 발전적 유형으로 확장되는 곳이다. 이 두 부분과 마지막에 가서 원조로 돌아오는 것은 초기의 소나타-알레그로 형식(Sonata-allegro form)을 보여준다.
초기 고전시대 음악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조관계(key relationships)라 할 것이다. 형식은 구조적 원리로서의 조관계에 의존하고 작품의 흐름, 방향, 모양이 그것에 의해 결정된다. 주제적 요소가 정해지고 수식되고 발전되고 구체화되어서 적절한 화성적 방향 속에 흐르게 하고 또 전체 구조 안에서 음악적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 시대 대부분의 작품은 그 속에서 기능화성 진행과 조관계의 구조와의 직접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래서 화음 대 화음기능은 조관계 구조라는 좀 더 넓은 음악적 관계로 확대된다.
필자가 초기 고전시대 음악의 특징을 후기 바로크시대 음악과 비교하여 기술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예술의 기조가 바뀌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의 현상과 관계들은 변화한다. 이 변화는 갑작스러울 수도 있고 점진적일 수도 있다. 다만 바람직한 변화가 중요하다 할 것이데, 나의 생각에는 그 변화의 바탕이 철저하게 전 세대의 것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전 세대와 유기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변화와 혁신이 있게 된다. 혁신을 부르짖는 이 시대, 과연 얼마나 과거의 것에 대한 존중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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