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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강화도 흥천교회 조율

by 정마에Zeongmae 2018.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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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초 이른 아침에 강화도의 흥천교회 사모님께서 조심스레 "우리 교회 피아노 손 봐줄 수 있나요?" 라며 연락을 주셨다. 흔쾌히 가기로 하고 일정을 조정했다. 사실 지난 주부터 한글의학연구소의 연구원과 비씨코리아(주)의 부사장으로 2가지 일을 더 하게 되어 여의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수 년전 부터 해오던 것인지라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시골의 교회는 피아노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조율에 드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사실 더 문제인 것은 조율사들이 조율을 하러 오지를 않는다. 조율을 하나하는데 하루를 다 써야하기 때문에 기피를 하는 것이다. 나는 조율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조율을 부탁 받으면 나들이 삼아 다녀오곤 한다.

   목요일 봄날의 이른 아침 화창한 날씨(미세먼지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혼자가는 것이 심심해 옆지기를 구슬러 동행을 했다.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으며 두어시간을 달려 먼저 석모도로 향했다. 3대의 피아노를 조율하고 손보려면 적어도 3시간은 걸릴 터, 기다리는 것이 지루할 듯도 하고 마침 석모도에 새로이 수목원이 만들어졌다 하니 그곳을 둘러보는 것이 좋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 갔었는데 이제는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에 다리가 놓여 섬 아닌 섬으로 쉬이 건너갈 수 있었다.

                  


   ​석모도에 짝을 내려주고 차를 돌려 도달한 곳, 흥천교회! 1906년에 김용하 전도사(1849~1919)와 전병규 선생(1857~?)에 의해 창립이 되었으니 100년이 넘은 교회이다. 너른 마당에 고목들이 둘러서 있는 석조건물의 교회는 단아하면서도 포근하게 눈에 들어온다. 본당 석조건물은 1938년에 완공되었으니 가히 문화재급이다. 본당 앞에는 요즘은 보기 힘든 오래된 종이 종루에 자리를 하고 있다. 이 교회는 그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인해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자동차 소리를 듣고 까만 강아지가 반갑게 뛰어오고, 그 뒤로 목사님께서 걸어오시며 어서오라고 손을 흔들며 맞아 주신다. 조율 가방을 챙겨 들고 본당으로 들어가니 오늘 손 봐야할 피아노가 강단의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2년여만에 보는 피아노이다. 

   "지난 해에 부탁을 하고 싶었는데 미안하여 그러지 못했어요. 상태가 많이 안 좋을텐데....."

    목사님께서 음료수를 들고 들어 오셔서 괜시리 미안해 하신다. 그런데 상태가 좋지 않기는 하다..... 건반을 청소고하고, 건반 밸런스 잡아주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반 몇 개를 고치고, 조율을 시작했다. 약 230개의 현이 걸려 있는 핀에 조율해머를 꽂고는 풀고 조이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고운 소리로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본당의 피아노 조율을 마치고 교육관 겸 교제의 장소로 쓰이고 있는 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Maranatha[각주:1]라 쓰인 입구의 글이 초대 교회의 모습을 이곳에서 보는 듯하다. 흥천교회는 강화도의 시골 작은 교회이지만 그 면면을 보면 정말 커다란 교회이다. 교회의 설립과 함께 학교를 열어 지역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회로 자리 매김을 했다. 현재 교회의 옆에 있는 양도초등학교가 바로 이 교회에서 세운 학교이다. 1907년 '보창학교'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이 학교가 현재의 양도초등학교의 모체이다. 그리고 1920년에는 흥천여학교를 세워 1934년까지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3개의 교회(인산교회, 삼흥교회, 강화베다니교회)를 세워 복음을 전하는 사명에도 전력을 다하였다. 이 3개의 교회는 현재 모 교회인 흥천교회보다 큰 교회로 성장했다고 한다.


  별관의 내부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큼 예쁜 인테리어를 뽐낸다. 카페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분께서 만들어 주셨다고 한다. 참 예쁘다. 특히 창호들과 문들이 맘에 쏙 든다.


   이곳의 피아노는 참 오래된 모델이다. 상태는 본당보다 더 안 좋다.....

   여기저기 고장이 나서 손볼 데가 많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슬슬 혼자 수목원에 쓸쓸히 나를 기다릴 그녀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대충할 수는 없는 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 예쁜 소리를 만들어 주고 뚜껑을 닫는다.

 

  이제 1대가 더 남았다.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점심을 먹고 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나 혼자 먹을 수는 없으니 그냥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연신 조율해머를 움직였다.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아이는 고장난 곳이 없이 양호한 편이어서 쉽게 마칠 수 있었다. 

 


   다 마치고 나니 어느 덧 점심 때가 훌쩍 넘었다. 사모님께서 수고했다고 너무나 고생했다고 짝과 함께 먹으라며 삶은 달걀에 김밥을 챙겨주신다. 에고 고마우셔라!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큰 소리로 부르며 또 무엇인가를 들고 오신다. 

   "이거 별거 아닌데, 가지고 가요. 유정란이에요. 내가 고마운데 이것 말고는 줄 게 없네...."

   '이것 말고'라니.... 귀하디 귀한 유정란을 하나 두 개도 아니고 한 판!!

   "정말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 ‘주여, 오시옵소서’(Come, O Lord!)란 뜻. 아람어 ‘마라나 타’의 헬라어 음역. 주 예수의 재림을 간절히 사모하는 초대교회 성도들의 신앙과 소망이 함축된 기도문이자 통용되던 신앙적 인사말이었다(고전 16:22; 계 22:20). 그리고 종말에 대한 소망과 그 긴박성이 어느 시대보다 더 고조되어 있는 오늘의 모든 성도들이 고하는 간절한 신앙 고백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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