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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무대는 언제나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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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시작 한 시간 전, 나는 혼자 그 자리에 섰다.

구리농수산물공사 강당. 태극기와 공사 깃발이 나란히 세워진 무대 위에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조용히 켜져 있었다. 슬라이드에는 내 이름과 책 제목이 적혀 있었다.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 타이머는 이미 카운트를 시작하고 있었다.

지휘자는 공연 전 반드시 무대를 걷는다. 발바닥으로 공간의 음향을 읽고, 눈으로 객석의 깊이를 가늠하고, 그 침묵 속에서 공연의 소리를 미리 듣는다. 강연도 다르지 않다. 나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 늘 혼자 그 공간과 먼저 인사를 나눈다. 빈 의자들, 조명의 각도, 마이크의 울림. 청중이 오기 전에 공간이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현장 체크를 마치고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전 직원 대상 강의. 농수산물 유통 현장에서 매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오케스트라 이야기가 과연 이들의 언어로 닿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모니는 음악만의 언어가 아니다. 서로 다른 악기들이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그 원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원리와 본질적으로 같다.

2시간이 흘렀다.

강의가 끝나자 직원들이 다가왔다. "강의 너무 좋았어요." 그 말의 온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었다. 눈빛이 달랐다. 무언가를 가져가는 사람의 눈빛. 사장님도 말씀하셨다. 보통은 이런 반응을 잘 안 한다고. 그러면서 고맙다고 하셨다.

지휘자로 40여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수없이 많은 '끝'을 경험했다. 연주가 끝나는 순간, 지휘봉을 내리는 순간, 마지막 음이 공기 중에 녹아드는 순간. 그 순간의 침묵이 박수보다 먼저 온다. 강의도 그랬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박수.

고향 구리에서, 구리의 공공기관 사람들 앞에서, 내가 평생 쌓아온 음악과 경영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 오늘은 충분했다.

무대는 언제나 먼저 온다. 청중보다 먼저, 박수보다 먼저. 그리고 좋은 강연은 — 좋은 연주처럼 —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 공간에 남아 울린다.

오늘 구리농수산물공사 강당에, 나는 그런 울림을 하나 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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