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는 경남 창녕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이어온 절친한 친구의 딸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동장을 함께 뛰어다니던 친구의 딸이 어느새 한 가정을 이루는 날을 맞이했으니 말입니다.
그 친구는 제가 오래도록 존경해온 목사님이기도 합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농촌에서 묵묵히 목회를 이어온 사람입니다. 화려한 도시의 조명 아래가 아니라, 이름 없는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의 삶을 품고 살아온 목회자. 저는 그런 삶을 언제나 깊이 존경해왔습니다.

결혼식장에서는 오랜만에 동창 친구들도 만났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근황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의 일을 지키고 있었고,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또 누군가는 건강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 친구들과 마주하면 시간은 잠시 멈춘 듯합니다. 머리는 희어지고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았지만, 웃음소리만큼은 그때 그대로였습니다.
짧지만 반가운 만남을 뒤로하고 저는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대구로 향했습니다. 제 책 《오케스트라 경영학》을 읽고 연락을 주신 독자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대구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가르쳐온 선생님이셨습니다. 약 3주 전, 기회가 된다면 사인을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마침 창녕에 가게 되면서 “그렇다면 대구에 들르겠습니다” 하고 약속을 드렸습니다.

사실 누군가 자신의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또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는 일은 저자에게 참 감사한 일입니다. 더구나 같은 작곡가의 길을 걷는 분이라 그런지 이야기가 끝이 없었습니다. 교회음악의 현실, 작곡가로 살아간다는 것, 교회 지휘자로 느끼는 보람과 어려움, 그리고 예술과 삶의 관계까지. 서로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오랜 동료처럼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늘 음악이 사람을 연결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악보는 종이 위에 있지만, 음악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완성됩니다. 어쩌면 책도 마찬가지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권의 책이 낯선 두 사람을 만나게 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게 하니 말입니다.
아쉬운 것은 다음 날이 주일이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교회에서 지휘를 해야 했기에 긴 만남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두어 시간 남짓한 대화를 뒤로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짧은 만남이었기에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은 결국 사람의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어디를 다녀왔는가보다 누구를 만났는가가 더 중요하고,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보다 어떤 마음을 나누었는가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창녕에서의 우정, 대구에서의 음악 이야기, 그리고 다시 집로 향하는 길까지. 짧은 여정이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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