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페에서 카리타스로, 그리고 러브로 – 변하지 않는 사랑의 근원

고린도전서 13장은 인류의 언어로 표현된 사랑의 가장 높은 정상이다.
바울이 이 장에서 사용한 헬라어 단어는 ἀγάπη(아가페) — 감정적 애정이 아니라 의지적 헌신과 자기 비움으로 드러나는 신적 사랑이다.
이 사랑은 인간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흘러나와 인간을 통하여 세상으로 전달되는 은혜의 흐름이다.
‘아가페’는 곧 하나님의 본질이자, 창조와 구속, 그리고 생명의 역사를 관통하는 사랑의 원형이다.

이 개념은 서방 교회로 전해지며 라틴어 ‘caritas(카리타스)’ 로 번역되었다.
‘Caritas’는 ‘소중한, 귀한’을 뜻하는 cārus에서 유래했으며,
하나님의 사랑이 인간의 삶 속에서 실천과 섬김의 형태로 구현되는 덕목을 의미했다.
중세 수도원에서 ‘카리타스’는 신앙의 중심이었고,
기도, 절제, 자비, 봉사는 모두 이 사랑의 한 형태였다.
따라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께 순종하는 행위이며, 그분의 뜻을 삶으로 드러내는 순례의 태도였다.

1611년의 킹제임스 성경(King James Version)은 이 ‘caritas’를 영어 “charity” 로 옮겼다.
“Though I speak with the tongues of men and of angels, and have not charity…”
이때의 ‘charity’는 오늘날의 자선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 인간을 통해 세상 속에 드러나는 거룩한 행위를 뜻했다.
당시 번역자들은 ‘love’보다 ‘charity’가 신적 사랑의 윤리적 차원을 더 잘 드러낸다고 여겼다.
즉, ‘charity’는 인간의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근대 이후 세속화가 진행되면서, ‘charity’는 점차 기부와 시혜의 의미로 축소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의 영어 성경들은 대부분 “love” 로 번역을 되돌렸다.
그러나 여기서의 “love”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본래의 아가페—곧 하나님의 사랑—을 회복한 표현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아니하리라”(고전 13:8)는 말씀은
사랑의 본질이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체적 성품임을 선포한다.

음악의 역사 속에서도 이러한 사랑의 개념은 시대마다 다른 언어로 표현되었으나, 그 근원은 변하지 않았다.
르네상스의 Caritas Christi는 하나님의 은혜를 찬미하는 경건의 노래였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 베토벤의 Missa Solemnis는
“From the heart — may it return to the heart”라는 고백처럼,
인간의 음악이 하나님의 영광을 향해 다시 흘러가기를 바라는 신앙적 응답이었다.
비록 인간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영감의 원천은 분명히 하늘로부터 임한 것이었다.

브람스의 Ein deutsches Requiem 또한 독일어 성경 말씀을 기반으로 하며,
슬픔과 죽음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위로와 사랑의 회복을 노래한다.
그의 음악은 인간의 고통을 노래하지만, 그 중심에는
“주께서 위로하시리라”는 성경적 확신이 자리한다.
즉, 인간의 정서가 신의 진리를 향해 응답하는 예술적 통로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예술의 시대적 표현은 달라지지만, 사랑의 근원은 언제나 하나님께 있다.
모든 진정한 예술은 궁극적으로 창조주를 향한 응답이며,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의 울림은 하나님의 영광을 반사한다.
아가페가 카리타스로, 그리고 러브로 언어가 변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랑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영원히 하나님 자신이시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이 사랑, 곧 아가페,
하나님께로부터 흘러나와 세상을 품고 다시 그분께로 돌아가는 영원한 순환 속에서,
예술과 신앙, 그리고 인간의 존재는 하나로 통합된다.

https://youtu.be/HRuSlxQYBjI?si=g54zvdYm2IBaLo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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