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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AI 음악 이야기

《시편 11 — AI와 인간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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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AI를 이용해 합창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오늘은 시편 11편을  합창곡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단순히 음향적 실험이 아니라, 브람스와 베르디, 바그너의 정신이 인공지능 안에서 재현될 수 있는가를 묻는 여정이었다. 전통적인 오라토리오 양식, 후기 낭만주의 화성, 인간의 신앙적 내면 — 이 세 요소를 AI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 하나로 7시간을 보냈다.

🎼 1. 기술적 여정 — 40개의 프롬프트, 80개의 음악


실험은 단순하지 않았다. AI 모델 세 종류를 병행하면서, 각각의 프롬프트를 다듬어 나갔다.
‘Cinematic Oratorio’, ‘Romantic Choral Anthem’, ‘Brahmsian Texture’, ‘Verdian Drama’…
단어를 수십 번 바꾸고, 악기 편성과 템포를 세밀하게 지정했다. SATB 합창, 더블 브라스, 심포닉 스트링, 그리고 그랜드 오르간까지 — 모든 요소가 “전통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생성된 음악은 늘 엇나갔다. AI는 합창의 경건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만들어낸 것은 뮤지컬의 서정과 영화음악의 감정선이었다. 때로는 중간에 나레이션이 삽입되기도 했다. AI는 브람스와 베르디를 멀랐고, 흉내 내려했은나 영혼은 비어 있었다.

💭 2. 예술적 성찰 — 모방과 해석의 사이


결과물이 기대와 달랐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AI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인간 예술을 해석하려는 새로운 언어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오해’ 속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전통의 복제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건함을 번역한 소리였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AI는 신앙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경외의 구조를 재현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기도와는 다르지만, 낯설게나마 ‘하늘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이질적이지만, 완전히 공허하지는 않은 울림 —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AI 예술의 가능성’을 보았다.

🧠 3. 학문적 관점 — 인간 창작의 확장으로서의 AI


이번 실험은 작곡 연구의 관점에서도 흥미로웠다. AI는 나름 형식(form)을 재현하지만, 내용(content) 의 의미 구조에는 약하다. 그는 가사의 음성적 패턴을 분석하지만, 음악 안의 신학적, 감정적 맥락은 해석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 작곡가의 역할이 남아 있는 이유다. AI는 새로운 음향을 제시하지만, 그 안의 의미를 해석하고 배치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즉, AI는 창작의 도구이자, 거울이다. 그는 우리의 언어를 흉내 내며,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인간적인가를 되묻게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바로 그 질문의 현장이었다.

🌅 4. 결론 — 실패로 남은 아름다운 기록


결국, 시편 11은 내가 꿈꾼 브람스의 합창도, 베르디의 오페라적 신앙음악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이 곡을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 AI가 만들어준 그 ‘오해의 결과물’을 하나의 음악적 다큐멘트로 남긴다. 그것은 작품이 아니라 대화의 흔적이며, 결과가 아니라 탐색의 증거이다.

AI는 기술적으로 음악을  만들었지만, 그 안의 영혼은 여전히 인간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곡을 실패가 아닌 발견이라 부르고 싶다. “AI가 이해한 인간의 경건함” — 그것이 이번 실험이 남긴 유일하고도 값진 울림이다.

https://youtu.be/-S-hDRsRCRM?si=sIj-BdVWrTPSIj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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