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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훗카이도 가족여행 첫날, 노포에서 맛본 징기스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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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가족여행의 첫날 저녁은 삿포로의 한 노포(老鋪)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지인들에게 입소문으로만 알려진 곳이라 여행 전부터 예약을 하느라 애를 좀 먹었지만, 그만한 수고를 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가게 입구는 마치 작은 골목길 비밀 통로처럼 꾸며져 있었습니다. “AVENUE des PONPOCO CHAMPS ELYSEES”라는 독특한 간판 아래 좁은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낡지만 정겨운 일본식 선술집의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벽에 걸린 오래된 메뉴판, 곳곳에 붙어 있는 손글씨 메모들, 그리고 진열대 가득한 사케병들이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오픈 키친에서는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과 요리사들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좁은 주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과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한 김이 금세 식당 안을 가득 채웠고, 우리는 그 활기찬 분위기 속에 자연스레 흠뻑 젖어들었습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단연 징기스칸(ジンギスカン). 양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훗카이도의 명물 요리입니다. 동그란 철판 위에 양파와 숙주, 파를 둘러 놓고 가운데에는 두툼한 양고기를 올려 굽기 시작하면, 금세 고소한 향이 피어오릅니다. 막 구운 고기를 신선한 채소와 함께 먹으니 잡내는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맥주 한 모금과 어울릴 때의 조화는 그야말로 훗카이도 여행의 시작을 축복해 주는 듯했습니다.


메뉴판에는 징기스칸 외에도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요리들이 가득했습니다. 해산물을 곁들인 타코스미소, 따끈한 교자, 그리고 김치까지—일본식 선술집이지만 한국의 입맛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 같은 요리들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가게를 채운 ‘현지인의 온기’였습니다.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바쁜 손길에도 정성스레 손님을 챙기는 직원들, 그리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우리 가족의 모습. 그 순간만큼은 여행자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곳을 찾던 단골이 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여행의 첫날 밤, 훗카이도의 오래된 노포에서 맛본 징기스칸과 사람들의 따뜻한 분위기는 앞으로 이어질 여정에 든든한 추억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맛”과 “공기(空氣)”가 어우러진 진짜 일본의 저녁—그것이 바로 이곳에서 느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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