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 Op.27 No.2는 베토벤이 31세이던 해인 1801년에 작곡하여 그가 연모하던 줄리에타 구이차르디Giulietta Guicciardi에게 헌정한 곡이다. 그런데 베토벤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결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이었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던 무렵, 베토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브룬스빅Brunsvik이라는 헝가리 출신 귀족 가문의 피아노 가정교사로 있었다. 그는 테레제, 요제피네, 샤를로트 세 자매와 그들의 외사촌인 줄리에타를 가르쳤는데, 그중에서 베토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가씨는 17세의 줄리에타였다. 베토벤은 친구 베겔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아리따운 아가씨 하나가 나를 사랑하고 있어. 나도 그녀를 사랑해. 그녀와 결혼하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난생처음이야. 그런데 불행히도 나는 여건이 되지가 않아."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사회적 신분이 아주 달랐다는 말이다. 한편 줄리에타는 사촌 언니 테레제에게 보낸 편지에서 "갈렌베르크 공과 약혼을 파기하고 못생긴 베토벤과 결혼하고 싶어. 그가 정말 마음에 들거든. 단 그와 함께 있음으로써 내 신분이 낮아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야."라고 썼다. 평등을 부르짖었던 프랑스혁명과는 동떨어진 빈의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결국 그녀는 음악을 좋아하는 20세의 미남 귀족 갈렌베르크와 결혼하여 나폴리로 이주해 버리고 말았다.
베토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에 설상가상으로 귓병이 더욱 심해짐에 따라 우울하고 암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1802년 가을, 빈 근교 하일리겐슈타트에서 비장한 유서를 쓰게 된다. 그러나 베토벤은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섰다. 베토벤은 4개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 22, 26, 27 (no.1과 no.2), 28번을 1802년 빈에서 출판했다. 피아노 소나타 22번과 28번은 전통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는 반면, 나머지 소나타들은 전통에서 벗어난 참신한 작품들이다. 특히 작품 27번 no.2의 1악장은 피아노의 음향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이정표적인 작품이다.
베를린 출신의 낭만시인이자 음악평론가이며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의 작사자이기도 한 루트비히 렐슈탑Ludwig Rellstab은 나중에 이 곡을 <월광 소나타Mondschein-Sonate>라고 불렀다. 1악장이 루체른 호수 위에 비치는 달빛을 받은 작은 배를 연상한다고 해서. 물론 베토벤은 루체른에 와 본 적도 없고 자신이 쓴 소나타가 나중에 그렇게 불릴 줄은 더더욱 몰랐지만 이 소나타는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는 불멸의 명곡으로 살아 있다. 과연 줄리에타가 이런 엄청난 곡을 헌정받을 만한 인물이었을까? 글쎄. 베토벤의 전기 작가 로맹 롤랑은 그녀를 이기주의자이며 행실이 정숙하지 못한 여인으로 묘사했다는데.
2024.10.05 - [Music Story] - 쇤베르크 : 구레의 노래(Gurre-Lieder)
https://youtu.be/CEb8brQHcGk?si=Y7gwdvFW9YXnzqq7
The piano sonata Op.27 No. 2 was composed by Beethoven in 1801 when he was 31 years old and dedicated to Giulietta Guicciardi, who he had been in love with. Beethoven had never been married and lived alone all his life. It was not because he didn't want to get married but because of the unachievable love he had never had.
Around the time of the 18th to 19th centuries, Beethoven was a piano tutor for a Hungarian aristocratic family named Brunsvik in Vienna, Austria. He taught three sisters Therese, Josephine, and Charlotte, and their maternal cousin, Giulietta, who was the 17-year-old girl who captured Beethoven's heart. In a letter to his friend Begeler, Beethoven confessed: "A beautiful girl loves me. I love her, too. I think I will be happy if I marry her. This is the first time I have ever thought about it. But unfortunately, I am not in a good condition."
Unconditional means that she had a very different social status. Meanwhile, Giulietta wrote in a letter to her cousin, Therese, "I want to break my engagement with Prince Galenberg and marry the ugly Beethoven. I really like him. Unless my status is lowered by his company." A glimpse of Vienna's social atmosphere is far from the French Revolution that called for equality. Eventually, she married Galenberg, a 20-year-old good-looking aristocrat who loves music, and moved to Naples.
To make matters worse, Beethoven had to spend gloomy and gloomy days due to his heartache from unattainable love, before writing a tragic suicide note in the fall of 1802 at Heiligenstadt, near Vienna. However, Beethoven overcame the worst moments of his life to get back on his feet. Beethoven published four piano sonatas in Vienna: 22, 26, and 27 (no. 1 and no. 2), and 28 (no. 2), in 1802. While the piano sonatas in No. 22 and No. 28 are in traditional settings, the rest of the sonatas are still fresh from the past. In particular, the first movement of No. 27 is a landmark work that completely renews the piano sound.
Ludwig Rellstab, a Berlin-based romantic poet, music critic, and lyricist for Schubert's "Serenade", later called it "Moonlight Sonata". Just because the first movement is reminiscent of a small ship in the moonlight on Lake Lucerne. Of course, Beethoven had never been to Lucerne and did not know that his sonata would be called that later, but this sonata is an immortal song that transcends time and borders. Was Giulietta worthy of such a huge tribute to this song? Well. Beethoven's biographer Romain Roland described her as a selfish and immature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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