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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검은 도시처럼 자라난다
Die Nacht wacht wie eine schwarze Stadt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
밤은 검은 도시처럼 자라난다.
암묵의 규정 따라
가로와 가로가 그물을 뜨고
광장과 광장이 잇닿는다.
이윽고 그곳에 수많은 탑이 선다.
그러나 검은 도시의 즐비한 집들 ㅡ
그곳에 누가 와서 사는지 너는 모른다.
그 정원의 소리 없는 빛 속에
원형으로 줄지어서 꿈이 춤추고 있다.
누가 바이올린을 켜는지 너는 모른다.
오랜만에 릴케의 시집을 들어 읽는다.
릴케가 언어로 만든 환상에 도달하고 싶은 욕망에 싯구를 눈에 담고 또 담아 본다. 철학적인 반성과 내적 세계의 감정을 마치 형상을 그려주는 듯한 아름다운 언어 안에 잡아둔 릴케, 삶과 죽음에 대답하고, '나'와 '존재'를 탐구하도록 한다.
깊어가는 이 밤에 그의 시 "밤은 검은 도시처럼 자란다"가 내 육신과 마음을 잡아끌어 머물게 한다. 이 도시의 한 켠에서, 그 즐비한 건물들 사이에서 내가 이곳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그들처럼 나도 그들을 모르고 그저 흐느적 흐느적 춤을 추는 꿈 속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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