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시간 골육종이라는 병과 끈질기게 싸워왔다.
뼈에 생기는 암인 골육종은 내가 열네 살 때 찾아왔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된 지금 암세포는 종아리를 거쳐 폐에까지 이르러 있다.
치열하게 싸웠지만 암세포들은 내 몸 자신들의 영토를 점점 확장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주치의로부터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정기적인 검진의 결과를 상담하는 날까지는 아직 1주일쯤 남아 있었기에, 그의 갑작스런 호출은 진료실 앞에서 나를 한참이나 심호흡하며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뇌에서 종양으로 보이는 것들이 서너개 발견되었어요."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수천 마리의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을라 아득하게 사라져갔다.
나는 고요히 눈을 뜨며 담담하게 물었다.
"종양으로 보이는 것들인가요, 종양인가요?"
"현재로선… 종양이 확실합니다"
주치의는 인자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자, 공연히 미안한마음이 들었다.
나는 최대한 씩씩하게 말했다.
"제가 졌군요. 인정할게요.
자, 그럼 제가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안젤라…"
"괜찮아요,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어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한 달정도예요, 안젤라."
"감사합니다, 선생님."
주치의의 진료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나는 한 달밖에 생이 남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주치의의 진단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는 머릿속까지 종양으로 점령당한 말기암 환자임에는 분명했지만 내 삶은 한 달을 훌쩍 넘겨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는 비결이 궁금한가?
그건 내가 생을 연장시키는 기적의 약초를 찾았기 때문도 아니요, 주치의가 커다란 착각을 했기 때문도 아니다.
내가 골육종과 싸워온 6년 남짓의 시간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의 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오늘 죽어가고 있는가,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은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다음날, 나는 한참을 달려 빈 들판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는 수많은 새들이 아름다운 깃을 치며 내려앉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 내가 살아 있다는 답을 선택한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저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새들의 숫자가 정확히 얼마인지 헤아리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인생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한 달, 두 달, 1년, 10년과 같이 손 꼽아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누구도 정확히 인생을 셀 수 없다.
또한 남은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낸다고 한들 그게 인생에서 무슨 대수로운 일이겠는가!
그리하여 인생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충만한 느낌으로만 채워져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뜨겁게 만끽할 수 있었다.
당신이 나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당신이 뜨겁게 실아 있다는 증거들을 생의 모든 순간에서 쉼 없이 찾으라고 말이다.
멀트비 맵콕(Maltbie Babcock)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를 따지다가 축복을 걷어차느니, 축복을 늘어놓다가 셀 수 없게 되는 게 더 현명한 인생이다."
여기에 첨언하자면, 살아 있다는 느낌만큼 더 큰 축복도 없다는 것이다.
다시 한참을 달려 들판에서 돌아온 후에도 내 삶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두통 때문에 약을 먹고, 가끔은 평소보다 호흡하기가 훨씬 더 힘들다.
호흡 문제로 감기에 걸리면 암세포는 한 뼘 더 내 머릿속을 전진해 들어 을 것이다.
달라진 것은 정녕 아무것도 없다.
물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의족을 끼고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기 위해 노력하고,약에 취해 낮잠에 빠지는 대신 한 줄이라도 더 읽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풍선처럼 부어오른 얼굴로도 엄마에게 미소를 짓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들을 찾기 위해서다.
죽기만을 기다리며 살기에는 내게 너무 많은 날 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다시 내가 얻은 인생의 소중한 교훈 하나를 당신과 나누고자 한다.
'불행이 찾아올 때마다 마음을 닫으면,생의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닫을 때마다 불행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내가 골육종과 6년 넘게 투쟁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이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마음을 열어 불행을 힘차게 맞이하면, 그 불행이 결국 우리의 행복을 단련시켜 나간다는 사실을 당신이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암세포들은 내 몸을 완전하게 정복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그날은 바로 내가 내 인생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떠나는 날이 될 테니까.
어떤가? 해볼만한 거래 아닌가?
- 잰 캔필드 • 마크 빅터 한센 공저 <죽기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 중 안젤라 세이어즈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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