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을 묘사한 음악은 많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이후를 다루는 음악은 의외로 드물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은 대포 소리와 종소리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음악이 진정으로 강력한 이유는 단순한 효과음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집단적 위기의 순간에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어디에 서 있었는가를 음악으로 조직해냈기 때문이다. 기도에서 출발해, 충돌을 지나, 승리로 귀결되는 그 구조는 하나의 역사 서사이자 집단 심리의 기록이다.
〈After the Cannons Fall〉은 그 서곡을 “다시 쓰려는” 음악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음악이 끝난 바로 다음 순간, 모든 소음이 멎고 난 뒤에 남는 정적에서 출발한다.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전쟁이 사람들 안에 무엇을 남겼는가이다. 〈After the Cannons Fall〉은 그 질문을 음악으로 던진다. 그래서 이 곡에는 ‘전투 장면’이 없다. 대신 기억의 밀도가 있다.
기도는 종교가 아니라 태도다
차이코프스키의 서주가 교회적 기도에서 출발하듯, 이 음악 역시 의식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종교의 기도가 아니라,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취하는 태도에 가깝다.
음악은 점점 밀도를 더하지만, 쉽게 폭발하지 않는다. 브라스는 절제되어 있고, 클라이맥스는 지연된다. 이 지연은 작곡상의 장치이자, 하나의 선언이다.
“아직 우리는 외칠 수 없다.”
“아직은 말보다 침묵이 필요하다.”
승리는 외침이 아니라 공명이다
후반부에 이르러 음악은 장조로 열린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환호는 없다. 대신 공간이 열린다. 소리는 커지지만, 공격적이지 않다. 그것은 승리의 함성이라기보다 존재가 다시 확인되는 순간에 가깝다.
이 음악이 말하는 승리는 “우리가 이겼다”가 아니라,
“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다”이다.
그래서 종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대신 울렸을 법한 잔향만이 공간에 남는다. 대포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공명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음악은 끝난다.
AI로 만들어졌지만, 인간을 향한 음악
〈After the Cannons Fall〉은 AI를 통해 생성된 음악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다루는 주제는 극도로 인간적이다. 기억, 침묵, 공동체, 그리고 시간이 남기는 흔적. 기술은 도구였고, 질문은 인간의 것이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필요한 음악은, 더 큰 소리가 아니라
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들리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대포가 멎은 뒤에야, 음악은 시작된다.
https://youtu.be/z7MThzyb4ek?si=mlyAvBwokeYi3P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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