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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AI 음악 이야기

잠시 멈춰 서서 듣는다는 것— Moment of A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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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개 음악을 “듣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음악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동 중에, 다른 일을 하면서, 혹은 침묵을 피하기 위해 틀어 놓은 배경음으로서의 음악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말로 귀가 열리고 마음이 멈추는 순간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Moment of Awe는 그런 질문에서 출발한 음악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만 들었는가?”

이 곡에는 거대한 서사도, 극적인 긴장도 없다. 대신 아주 밝고 투명한 음색들이 천천히 공간을 채운다. 리디안(Lydian) 특유의 열린 색채 위에서 하프와 글로켄슈필이 반짝이며, 플루트는 공기처럼 가볍게 선율을 건넨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Moderato의 호흡은 음악이 앞서 나가지 않도록, 청자의 걸음에 맞춰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이 음악이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장엄한 풍경이 아니다. 오히려 겨울 아침의 작은 숲이나 정원에 가깝다. 눈이 소복이 쌓였지만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공기를 맑게 만드는 순간.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모든 것이 또렷해진다.

‘경외(Awe)’라는 감정은 반드시 압도적일 필요가 없다.
가끔은 아주 사소한 장면 앞에서, 말없이 고개를 들게 만드는 감정일 수도 있다. Moment of Awe가 담고 싶은 것도 바로 그런 종류의 감탄이다. 놀라움보다는 고요한 인식, 흥분보다는 맑은 수용에 가깝다.

이 곡을 만들며 지키고 싶었던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음악이 청자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신 잠시 멈추게 하고, 이미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더 선명하게 느끼게 하는 것. 음악이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듣는 사람의 감각이 스스로 열리도록 기다리는 태도 말이다.

이 음악은 오늘날의 창작 환경을 떠올리게 한다. 기술은 점점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음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무엇을 덜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더 중요해진다.

이 곡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더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었고, 더 극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소리가 정말 필요한가, 아니면 그저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하는 것인가?”

오늘날의 작곡은 더 이상 혼자만의 고독한 작업이 아니다. 다양한 시스템과 도구들이 창작의 과정에 조용히 개입한다. 하지만 그 도구들이 음악의 주인이 되는 순간, 음악은 쉽게 방향을 잃는다. Moment of Awe는 그런 점에서, 기술을 드러내기보다는 기술을 투명하게 만드는 방향을 택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만들었는가’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직관과 판단, 그리고 기계적 계산과 제안이 만나는 지점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 것인지는 여전히 작곡가의 몫이다. 이 곡은 그 선택의 결과로서, 최대한 가볍게, 최대한 숨이 잘 통하도록 남겨진 음악이다.

만약 이 음악을 듣는 동안,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손에 쥐고 있던 생각이 느슨해졌다면, 혹은 시간의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곡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가끔은 그런 순간이면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잊히지 않는 순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음악이 결국 도달하고 싶은 곳은 아마도 그런 자리일 것이다.
그것이 이 음악이 말하는 Moment of Awe다.

https://youtu.be/1Bp7R5t3Fq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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