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고마이계 흑차 한 잔으로 시작하는 12월의 첫날 아침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겨울 햇살이 유난히 맑다. 12월의 첫날,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맞이하는 아침은 언제나 특별한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고마이계 흑차를 꺼내 들었다. 깊은 갈색빛을 띤 차엽에서 이미 은은한 향이 풍겨온다.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으며, 차가 우러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고마이계 흑차 특유의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향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고, 컵 안에서는 짙은 호박빛 액체가 소용돌이친다. 첫 모금을 입에 머금으면, 목 깊숙이 스며드는 따스함과 함께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혀끝에 감긴다.

이 차 한 잔에는 시간의 깊이가 담겨 있다. 고마이계 흑차는 발효와 숙성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는 차다. 조급함 없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낸 차엽들이 이제 내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마치 한 해를 되돌아보는 12월의 시간처럼, 이 차는 천천히 음미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니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진다. 서울의 12월 아침은 이미 제법 쌀쌀하지만, 이 작은 도자기 컵 하나가 온몸을 데워주는 것만 같다. 창밖으로는 아직 출근길에 나서지 않은 고요한 거리가 보이고,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의 입김이 하얗게 피어오른다.

고마이계 흑차를 마시며 나는 지나간 11개월을 생각한다. 분주했던 날들, 예상치 못한 기쁨들, 때로는 힘들었던 순간들. 모든 것이 이 차처럼 시간 속에서 발효되고 숙성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쓴맛과 단맛이 교차하는 이 차의 복합적인 풍미처럼, 삶도 그렇게 다양한 맛으로 채워져 왔다.

두 번째 우림은 첫 번째보다 더 부드럽고 깊다. 흑차의 매력은 여러 번 우려낼수록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같은 경험도 시간이 지나 다시 되새기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12월은 끝이자 시작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도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달. 이 모호한 경계의 시간 속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은 완벽한 동반자다. 조급하게 계획을 세우거나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이 순간, 이 따스함, 이 향기에 집중하면 된다.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키며, 나는 오늘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음을 느낀다. 고마이계 흑차 한 잔이 내게 선물한 것은 단순히 따뜻함 아니다. 그것은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가치, 기다림의 미학,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여유였다.

빈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는 12월의 첫날을 맞이한다. 찬바람이 불어와도 괜찮다. 내 안에는 이미 충분한 온기가 자리 잡았으니까.

https://youtu.be/r3ZtnouT8r4?si=ziiEDnUTaz1BE06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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